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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탄력근로제 개선안 논의 '표류'…국회로 넘어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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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례 대화에도 노사 합의점 못 찾아
주 52시간 시행 계도기간 3월말 종료
국회, 입법 나서지만 전망 밝지는 않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리고 도입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온 노사정(勞使政)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18일 활동을 끝냈다. 경사노위는 다음달 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계도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합의안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국회가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를 넘겨받아 입법에 나설 계획이지만 여야(與野) 간 정쟁 및 노동계의 극심한 반대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탄력근로제란 일감이 많을 때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서 일하는 대신 일감이 적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여 단위 기간(현재 최장 3개월) 내 평균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여름이나 겨울 등 특정 기간에 업무가 몰리는 업종은 3개월이 너무 짧아 단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이를 수용해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조선비즈

지난달 28일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안건으로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가 열린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김명환 위원장과 집행부 중진들이 경사노위 참여 수정안에 대해 논의하고있다./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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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열린 마지막 전체회의의 쟁점은 ▲단위기간 연장 정도 ▲도입 요건 개편 정도 ▲임금 보전 및 건강권 확보 방안 등 세가지였다.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지금까지 7차례 전체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제 개선안을 논의했지만 노사 입장을 크게 좁히지 못했다. 전날인 17일에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소속 위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밤늦게까지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경영계는 "단위 기간을 최대 1년까지 늘리고,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동계는 "경영계가 일정 요건을 수용한다면 6개월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고 했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임금 감소를 보전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대해 경영계는 "탄력근로제는 일감의 변동에 따라 집중적으로 일하고 쉬기 위해 도입하는 것인데, 임금 보전을 해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맞선 상황이다.

이날 회의는 당초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회의장을 점거하면서 예정 시간보다 2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경사노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를 저지하겠다며 조합원들을 회의장에 미리 보내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항의서(탄력근로제 확대 논의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를 전달하겠다며 이 위원장에 의견을 전달했으나 이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회의가 지연됐다. 결국 민주노총은 이 위원장 대신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민주노총의 항의서를 전달받은 박 상임위원은 "민노총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이런 식으로밖에 만날 수 없다는 게 유감"이라며 "탄력근로제는 단축된 노동시간(주 52시간제)을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 중 하나"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경사노위에 회의 배석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개선이라는 공을 국회로 넘겼지만, 2월 임시국회가 파행인 상황이라 국회에서의 해결도 험난해 보인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지만, 김경수 경남지사와 손혜원 의원(무소속)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끝났다.

김 원내대표는 3당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탄력근로제 뿐만 아니라 선택근로제 확대 적용도 2월 국회에서 반드시 매듭지을 문제"라며 "여당이 이런 법안을 처리하는 데 책임감을 갖고 임해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여·야·정이 탄력 근로제 확대 입법에 합의한 상황이지만, 여야의 입장 차이도 크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해 민주당은 최대 6개월, 한국당은 최대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미 관련 입법 개정안을 각 당 의원들이 발의했다.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아직 (노사) 의견이 모이거나 함께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들지 못했다. 보호장치 없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살인’"이라며 반대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끝내 제도 개악 야합과 강행 처리를 밀어붙이겠다면 더는 참지 않겠다"며 "온 힘을 기울여 노동자 시민을 위한 총파업 총력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내달 6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승주 기자(s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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