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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북미 하노이 담판서 ‘영변 핵시설’의 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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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담판 핵심 ‘영변 핵시설’

노후화 지적에도 북 핵개발 상징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 여부 주목

핵 관련 건물 400여개 이상

플루토늄 50여kg 보유 추정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부터

미국과 협상 카드 중심으로 부상

중단·재가동 되풀이

북·미 영변 핵시설 폐기한다면

신고와 동결·사찰 합의가 첫발

완전한 비핵화 진전에 중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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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레 앞으로 다가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번째 담판의 중심에는 평안북도에 위치한 영변 핵시설 폐기가 있다. 시설 노후화 지적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개발의 심장이자 상징인 만큼 영변은 여전히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첫손으로 꼽힌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사찰·폐기에 따른 핵심적인 상응조처 가운데 하나로 제재 완화·해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함께 ‘플러스알파’가 있어야만 제재 완화·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두 정상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가격’을 어떻게 매기느냐가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의 ‘최대 담판’ 가운데 하나가 될 거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영변 핵시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관련기사 5·6면

북한 핵의 심장 영변
‘영변 핵시설’로 통칭되지만 영변 핵단지에는 적지 않은 핵관련 시설이 있다. 현재 400개 이상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고 알려져 있고, 핵연료 생산에서 재처리를 통한 무기급 핵물질 생산까지 ‘완결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영변 핵시설에 대해 “미국도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영변이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의 중심이었다. 이를 폐기하고 끝내는 것은 완전한 비핵화의 진전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영변 핵시설의 시초는 1960년대 초 설립된 영변원자력연구소다. 1965년 준공한 소련제 연구용 원자로(IRT-2000) 운영에 이어 5㎿e(메가와트) 원자로가 1986년 가동을 시작하면서 영변은 북한 핵의 핵심 시설로 자리잡았다.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의 대부분을 생산했다고 추정되는 5㎿e 원자로는 북한에 풍부한 천연우라늄을 가공해 연료로 가동하는데, 여기서 추출된 사용후 핵연료봉을 옆에 위치한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해 연간 6~7㎏의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2018년 국방백서는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을 50여㎏으로 추정했다.

우라늄 농축부터 플루토늄 생산까지…영변은 ‘북핵의 심장

현재 영변 핵시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건 2010년 11월 가동 사실이 공개된 우라늄 농축 시설이다. 북한은 당시 미국의 저명한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 등을 이 시설에 초청해,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 2000기를 보여줬다. 이 시설은 2013년에는 2배로 확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번도 국제사회의 사찰을 받지 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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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과 재가동의 역사
영변 핵시설이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중심에 선 것은 이른바 1993년 ‘1차 북핵위기’ 때부터였다. 1992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한 ‘신고서 불일치’ 문제 등을 계기로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은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로 이어졌고, 양국은 처음으로 영변 핵시설 내 5㎿e 원자로(흑연감속로)와 관련 시설의 동결과 궁극적 해체에 합의했다.

영변의 핵심 시설이었던 5㎿e 원자로는 그 뒤에도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다. 2002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 중유 지원 중단과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등에 반발해 북한은 ‘핵 활동 동결 해제 선언’을 했다가 2007년 6자회담의 결과물로 영변 핵시설은 다시 폐쇄된다. 이때 북한은 2008년 약 1만8천쪽에 이르는 영변 원자로 가동 일지와 핵 신고서를 미국 쪽에 제출했다.

북-미가 마지막으로 영변 핵활동 중지에 합의한 것은 ‘영변 우라늄 농축활동 임시 중지(모라토리엄)’와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에 합의한 2012년 2·29 합의였다. 북한은 2013년 4월 영변의 5㎿e 원자로를 재가동했으나 현재는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영변 폐기 어떻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양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나선다면 그 첫 조처는 합의한 시설들에 대한 신고와 동결이 될 전망이다. 신고의 경우 과거 북한이 제출한 신고서가 존재하나, 우라늄 농축시설 등 2008년 이후 설립된 시설들에 대한 ‘부분적 신고’가 필요하다.

아울러 과거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담당했던 핵시설 검증의 주체도 정해져야 한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개입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고집할 경우 미국 또는 핵보유국(P5) 전문가 등으로 사찰단이 구성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핵시설 동결의 시작으로 핵시설의 연료 주입 중단 또는 제거를 꼽고 있다. 이어 ‘셧다운’(가동중단)과 함께 ‘봉인’ 및 감시 설비 설치 등 ‘모니터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양쪽이 과거와 같이 핵시설 폐기의 중간단계로 ‘불능화’(disablement)에 합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한 시료 채취와 분석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와 함께 우라늄광산의 규모와 생산 이력부터 원자로 운전 이력, 사용후핵연료 배출량, 보유량 및 재처리시설의 규모, 재처리량 등 전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작업은 긴 영변 핵 폐기 과정의 시작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디까지 합의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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