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이미 지난해 말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이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 문건을 공개하며 “이 문건의 작성과 보고 과정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관여했다”고 주장했었다. 이 때문에 국회 운영위가 열리고 자유한국당이 집요하게 공세를 폈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나 정황이 나오지 않아 일단락된 게 얼마 전이다. 지금까지 김은경 전 장관과 환경부는 표적 감사나 장관 보고를 줄곧 부인해왔다. 청와대도 “그런 문건을 보고받은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문건을 보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게 됐다. 설사 청와대는 몰랐더라도, 부처 차원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 임원을 교체하는 관례를 따르지 않았을까 의심을 살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폭력”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 정부는 절대 그런 못된 짓을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시민 대다수는 그렇게 믿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장차관급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 문재인 정부에서 특정 인물들을 배제하기 위해 비슷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면 그 죄는 중하면 중했지, 덜하지 않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조차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결코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니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로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청와대와 환경부는 먼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인사들이 단골로 언급하는 ‘춘풍추상(春風秋霜·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한다)’이란 바로 이런 경우에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그래야 의혹이 해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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