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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리모델링 비용 떠넘기기 첫 제동…법원 “BBQ 가맹점, 자발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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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안전 등 예외사유 가급적 좁게 해석해야”

본사, 공정위에 패소

프랜차이즈 본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점에 리모델링을 요구하고 비용을 떠넘기는 관행에 제동을 건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최근 제너시스BBQ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등 취소소송에서 공정위 측의 손을 들어줬다.

BBQ는 배달형 점포에서 카페형 점포로 가맹점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을 주요 경영 목표로 세웠다. BBQ는 2014년 2월~2017년 5월 광주수완점 등 75개 가맹점사업자에게 리모델링을 실시하도록 권유·요구하고는 그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겼다.

공정위는 BBQ가 가맹사업법상 본사가 내야 하는 법정부담액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4월 BBQ에 대해 시정명령 및 4억5700만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렸다. BBQ는 이에 불복해 같은 해 6월 소송에 나섰다.

가맹사업법 제12조2는 가맹본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리모델링을 강요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가맹본사가 권유·요구해 가맹점주가 리모델링을 실시하는 경우, 비용의 최대 40%를 가맹본사가 부담해야 한다. 다만 가맹점주가 가맹본사의 권유·요구 없이 자발적 의사로 리모델링을 했거나, 본사가 위생·안전 등의 문제가 발생한 가맹점에 리모델링을 권유·요구하는 두 가지 예외사유가 발생하면 본사는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쟁점은 BBQ가 75개 가맹점에 리모델링을 요구한 것이 현행법상 예외사유에 해당했는지 여부였다. BBQ 측은 가맹점주들이 자발적 의사로 리모델링한 것이었다며 가맹점주들이 작성한 점포리뉴얼요청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또한 점포 노후화로 위생·안전 문제가 발생해 리모델링을 진행했다며 리모델링 전 점포를 촬영한 사진 등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BBQ의 주장이 여러 측면에서 근거 없다고 봤다. 가맹점이 리모델링을 하면 가맹본사도 매출이 증대해 이익을 누리기에, “가맹본부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공평의 관점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가맹본사가 비용을 낼 필요가 없는 예외사유 적용은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가급적 좁게 해석해야 한다”며 “그 외형이 ‘권유 또는 요구’라도 실질이 ‘강요’에 해당될 때는 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가맹점이 자발적으로 리모델링을 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책임은 가맹본사에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재판부는 리모델링이 가맹점주의 자발적 의사가 아니라 “본사 차원에서 기획돼 행해진 것”이고 판단했다. BBQ는 2012~2016년 연도별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이른바 ‘카페 전환 활성화 전략’을 주요 경영 목표로 세우고, 주로 재계약이 임박한 가맹점에 찾아가 카페 전환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BBQ가 사실상 리모델링을 ‘강요’했다고 본 것이다.

점포 노후화에 따른 위생·안전 문제가 발생해 리모델링이 진행된 것이라는 BBQ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가맹점주의 정상적인 영업에 현저한 지장을 줄 정도의 위생·안전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며 “시설 일부를 청소하거나 교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장 전체를 리모델링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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