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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서민의 내 인생의 책]②범죄자 - 오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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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보다 재미있다

경향신문

책을 읽지 않는 시대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으로, 나 역시 스마트폰이 생기고 난 뒤 독서량이 이전만 못하다. 컴퓨터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 내가 이럴진대, 어려서부터 정보기술과 더불어 산 젊은이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들은 말한다. “책은 재미가 없는데, 스마트폰은 재미있잖아요.” ‘재미’가 삶의 중요한 목표가 된 시대에서 ‘삶에는 재미보다 중요한 게 있단다’ ‘책 안 읽으면 다시 기생충을 몸에 지니고 살아가야 한다’ 같은 협박은 공허해 보인다.

이들에게 책을 읽게 할 묘수가 없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만난 책이 바로 <범죄자>였다. 너무도 평범한 제목, 게다가 저자인 ‘오타 아이’는 유명 작가도 아닌 데다, 이 책이 그의 데뷔작이란다. 반신반의하며 책을 구입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괜한 걱정이었다. 역 앞 공원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나 4명이 숨진다. 범인으로 체포된 남자는 곧 시체로 발견되는데, 사인은 약물중독인 듯하다. 사건이 이렇게 끝나나 했지만, 이 사건 뒤에는 실로 무시무시한 음모가 숨어 있었다. 그 음모를 따라가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 아내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게 야속할 지경이었다. 범죄 스릴러가 망작이 되는 이유가 경찰이 범인에 비해 너무 무능하기 때문인데, 이 책에서 범인을 쫓는 주인공들은 아주 뛰어난 두뇌를 갖고 있어 범인과 시종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내가 이 책을 “최근 10년간 읽었던 그 어떤 책보다 재미있다”고 추켜세우는 건 빈말이 아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설득할지 감이 왔다. “세상에는 많은 책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범죄자>처럼 스마트폰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재미있는 책이 있지요. 그런 보석 같은 책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닥치고 독서, 아시겠죠?”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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