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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고개 드는 ‘北核 현실론’, 차단 못하면 核 이고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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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선 벌써부터 완전한 북핵 폐기가 아닌 핵동결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에 그치는 이른바 ‘스몰딜’ 합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스몰딜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을 넘어 아예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단지 (북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밝히면서 불을 지핀 형국이다.

‘북핵 현실론’으로 포장한 이런 주장은 먼저 트럼프 행정부에 우호적인 매체에서 나오고 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가 게재한 전문가 기고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환상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오랜 비핵화 목표인 CVID를 ‘환상’으로 치부한 것이다. 나아가 비판적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 낮추기’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솔직해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북-미 실무협상팀이 이제 합의문 조율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벌써 그 결과를 미리 점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당장 외교적 성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트럼프 행정부의 처지에다 연일 편의적 낙관론만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 탓에 북-미 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게 미 의회와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그러다 보니 그나마 북한의 도발을 관리하면 된다는 적당한 타협과 관리론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물론 영변 핵단지를 포함한 모든 핵시설의 폐기를 받아낸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미래의 생산·개발 능력을 봉인하는 핵동결 수준에 그치는 것이지만,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첫 단계로서는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비핵화의 완료에 있다. 즉, 비핵화의 목표와 일정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없다면 비핵화는 그 입구에만 머물다가 흐지부지되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말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런 실패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묵인해주는 결과를 낳는다면 한국으로선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선 북-미 합의문에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 즉 북한의 핵시설뿐만 아니라 핵물질과 핵탄두, 미사일까지 완전히 폐기하는 것임을 분명히 명시하고 그 완료를 위한 구체적 이행과 검증 일정을 포함한 로드맵을 담아야 한다. 현재 북-미 간에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남북 간에는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라고 각각 표현돼 있다. 이런 모호한 합의를 그대로 두고선 북핵 해결 회의론을 불식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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