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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서울 벗어나야 SH공사에 미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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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입사원을 만나면 30년 후에도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가 존재할 것 같냐고 물어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에 임대주택 건설관리에만 머물러 있는 회사가 어떤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요."

이달 창립 30주년을 맞은 SH공사의 김세용 사장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개포로 사옥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그동안 우리 공사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확대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지만, 앞으로 이런 역할에만 안주한다면 곧바로 몇 년 뒤 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려대 건축공학과 교수 출신으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1월부터 SH공사를 이끌고 있다.

조선비즈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개포로 SH공사 사옥에서 김세용 사장이 서울 지도 위에 SH공사가 운영·추진 중인 사업들이 표시된 대형 스크린을 가리키고 있다. 김 사장은“임대주택 건설과 관리라는 기본 업무를 넘어서 서울 경쟁력을 높이는 도시 재생 전문기업이자 공공디벨로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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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는 1980년대 말 서울 주택 부족으로 집값이 치솟으며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저렴한 임대주택 대규모 건설이라는 임무를 띠고 자본금 3000억원의 서울시 산하 공기업으로 출발했다.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고 이 땅을 판 매각 대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관리하며 성장해왔다. 그동안 서울 주거지의 3.3%인 20㎢ 면적의 땅을 택지로 조성했고, 19만4000가구의 임대주택을 직접 지었다. 김 사장은 "이런 사업 구조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고덕강일지구를 제외하면 서울에 남아있는 대규모 나대지가 없고, 임대사업으로 인한 적자도 지난해 4000억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낡은 도심을 스마트하게 재생하고, 서울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해외로 나가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할 것"이라며 "서울의 도시 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도시재생 기업이자 공공디벨로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SH는 지난해 3월 택지사업본부를 폐지하고, 공간복지와 스마트시티를 실현할 도시공간사업본부,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한 미래전략실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서울 주택 공급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SH공사는 지난해 말 발표된 서울 주택 공급 확대계획안에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대신 도심 유휴 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도로 위에 집을 짓는 북부간선도로 입체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김 사장은 "도로 위 주택 건설은 안전에 아무 문제가 없어 유럽, 일본 등에서는 앞서 수년 전부터 시도된 건축 방식"이라며 "다음 달 독일을 방문해 실제 사례를 직접 살펴보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임대주택 질과 이미지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달에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1~2인 가구 임대주택 브랜드 '청신호'를 선보였다. 올해부터는 재건축 연한을 맞은 노후 임대주택을 허물고 임대주택과 함께 생활편의시설과 공동체 공간을 두루 갖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비싼 집값 때문에 서울 밖으로 떠밀려나는 젊은이들을 다시 불러들여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공사는 다음 달 12~15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국제부동산박람회 미핌(MIPIM)에 국내 주택 개발 공사로는 처음으로 참가한다. 행사장에는 서울 전체와 마곡 지역의 모형이 전시된 서울 부스도 마련된다. 김 사장은 "글로벌 기업과 투자기관에 서울의 매력과 SH공사의 노하우를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송원 기자(lss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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