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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북미 관계정상화로 가는 새로운 문…‘연락사무소’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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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연락관 상호 파견 검토중”

북미 국교 수립 출발점이자 뉴욕채널 대체할 상시적 창구로

북, 경제 상응조처 수반 안되면 연락사무소 반길 가능성 낮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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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과 상호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위한 조처로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열자는 합의가 이번 회담의 결과물로 도출될지 주목된다.

<시엔엔>(CNN)은 18일(현지시각) 2명의 고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과 연락관을 교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공식적 관계 구축을 향한 첫번째 조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들은 계획이 잘 진행되면 미국 쪽에서 여러명의 연락관이 북한 내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해 파견될 것이며, 이 팀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고위 외교관이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미국이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이번주 하노이에서 막판 실무협상을 벌이기로 한 가운데 나왔다. 미국이 북한에 제시할 조처로 연락사무소 설치에 상당히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연락사무소 설치에 합의하면 관계가 그만큼 개선됐음을 상징하면서 향후 공식 외교관계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과도 연락사무소 단계를 거쳐 공식 수교를 하고 대사관을 열었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의 대표적 이행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평양 연락사무소는 현재 북·미의 유일한 공식 외교 채널인 뉴욕 유엔 주재 대표부 외에 두 나라의 상시적이고 안정적인 소통 채널로 기능할 수 있다.

북-미 연락사무소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불거진 ‘1차 북핵 위기’를 수습하며 만들어진 1994년 10월 제네바 기본합의에 연락사무소 설치가 담겨 있었다. 당시 북·미는 북한에 핵 동결 대가로 경수로 2기와 중유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 양국 관계를 대사급으로까지 격상시켜 나간다”고 합의했다. 북·미는 서로 평양과 워싱턴을 방문해 연락사무소 부지와 거주지를 알아보고, 미국은 초대 평양 연락사무소장에 스펜서 리처드슨 전 국무부 한국과장을 내정하는 등 상당 부분 진척시킨 바 있다. 북·미는 양쪽 외무부의 서한 교환으로 설치 절차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당시 미국 쪽 협상팀에 참여한 린 터크 태평양세기연구소 이사는 지난해 6월 <38노스> 기고에서 “북한은 1995년 여름 서한 교환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고, 그해 말 서한 교환을 취소한다고 통보해왔다”고 회고했다. 1994년 12월 미군 헬기가 비무장지대를 넘어갔다가 격추된 일로 긴장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북한 군부가 연락사무소 개설 반대 주장을 폈을 것이라는 게 터크의 추정이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양쪽이 합의하면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북한이 여기에 우선순위를 두느냐다. 제재 완화와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제 분야에서 실질적 상응 조처를 원하는 북한이 상징적 성격이 강한 연락사무소 설치만을 반길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8일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연락사무소 설치나 종전선언만으로는 북한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내놓지 않으려는 미국이 그 외의 상응 조처로서 연락사무소의 ‘가격’을 더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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