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KDI, 성장률 전망 높게 잡아
국책기관이 한경연보다 오차 커
일본도 20년 내내 1%P 높게 전망
구조적 진단 대신 단기부양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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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중앙일보가 2001년 이후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경제연구원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직전 연도 4분기 예측치 기준)와 실제 성장률 간 오차를 집계한 결과 한국은행·KDI 같은 국책전망기관들은 저성장기에 접어든 2011년 이후부터 실제 성장률보다 낙관적 전망을 지속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이후 실제 성장률에 가장 근접한 전망치를 내놓은 기관은 한국경제연구원, KDI, 한국은행 순이었다. 성장률이 2010년 6.5%로 고점을 찍은 뒤 2~3%대 저성장에 빠진 국면에선 국책기관의 예측 오차가 더 커지는 현상이 빈번해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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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기관이 경기 전망을 수정하는 일이 잦아지면, 이를 기준으로 경영 판단을 내리는 시장 참여자의 불신도 커질 수 있다. 전망기관들은 과거 세월호·메르스 사태 등 예상치 못한 충격 탓에 경기 예측이 빗나갔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성장률 전망 오차가 0.5%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것은 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력 산업 침체로 성장 동력을 상실한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를 전망기관들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낙관적 경기 예측은 단기 부양책 위주의 경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예비 타당성 검토를 면제하고 토목 사업에 나서거나 공공 부문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의 재정 지출을 통한 단기 부양책부터 꺼내 들기 쉽다는 것이다. 주력 산업 경쟁력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살려 나가기 위한 대책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정부 낙관적 예측이 위기로 이어진 사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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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낙관적 경기 전망이 경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서 ‘잃어버린 20년’에 들어섰다. 당시 일본 경제기획청은 줄곧 실제 성장률보다 1%포인트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하버드대학교 프랑켈 교수가 유로존 24개국을 조사한 결과 2000년대 연간 성장률에 대한 1년 후 오차는 0.3%포인트, 3년 후 오차는 1.9%포인트로 장기 전망일수록 낙관적이었다. 프랑켈 교수는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 등 성장률과 재정 지표를 낙관적으로 예측한 국가일수록 나랏빚(국가부채) 확대로 위기를 겪는 경우가 잦았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책 전망기관들은 지난해 소득주도 성장 등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장률 악화는 기업 입장에선 생존의 문제이기 정확한 예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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