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은 가계의 교육비 부담을 낮출 수 있어 학부모의 86%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한국을 빼고 모두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필요성도 인정된다. 하지만 연간 2조원이 소요되는 재원 확보 방안과 관련법 개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올해 2학기 고3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도입할 경우 올해에만 4066억원, 2020년 1조4005억원, 2021년 2조734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교육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예산편성권을 쥔 기획재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예산을 증액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또한 교육부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현재 내국세의 20.27%인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21.14%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데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한창이어서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이다.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바꾸려면 초·중등교육법도 개정해야 한다. 법 개정이 제때 되지 않을 경우 박근혜정부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처럼 시도 교육청이 예산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야 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이처럼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6개월을 앞당겨 추진할 만큼 고교 무상교육이 화급한 사안인가. 공교육 정상화, 학생부종합전형 불신 해소 등 교육 현장에는 서둘러 개선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당초 계획대로 2020년 1학년부터 시작해 2022년 전면 시행해도 될 것을 무리하게 추진하니 표를 의식한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유 장관은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며 안정된 교육개혁을 강조했는데 지금이야말로 속도 조절과 신중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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