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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e갤러리] '차·카·공·뿅'이 그린 산수화…유승호 '에코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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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작

펜으로 잉크…좁쌀만한 글자 수없이 그려

명암 만들고 밀도 다진 '노동의 문자산수'

이데일리

유승호 ‘에코워즈’(사진=도잉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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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새가 떼를 지어 날아가는 형상이 아닌가. 큼직한 바위와 뒤엉킨 꽃나무인 듯도 하고.

자, 여기까진 멀찌감치 떨어져 봤을 때의 얘기다. 한 발짝씩 다가서면 낮은 탄식이 절로 나오는 장면을 접하게 되니. 파닥거리는 새, 떨어지는 꽃잎인 줄 알았던 개체의 실체 말이다. 글자다. ‘차’ ‘카’ ’공’ ‘뿅’ 등이 뒤섞인 거대한 문자판이었던 거다.

작가 유승호(44)가 작업한 ‘문자산수’ 중 한 점인 ‘에코워즈’(Echowords·2014)다. 펜으로 잉크를 찍어 좁쌀만한 글자를 수없이 새겨, 아니 그려넣어 명암을 만들고 밀도를 다졌다. 20년을 해온 ‘노동’이란다.

작품명이 그렇듯 문자의 의미는 딱히 없다. ‘메아리가 돌려낸 말’이기도 하고 ‘소리 말’이면서 ‘시늉 말’일 수도 있으니. 묵직한 풍경도 그리기에 따라 폴폴 날아다니는 말로 해체할 수 있단 뜻인지.

3월 13일까지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도잉아트서 고정원·이정·정세인과 여는 기획전 ‘플레잉 텍스팅’에서 볼 수 있다. 종이에 잉크. 25×25㎝. 작가 소장. 도잉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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