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단독] 민자도로는 '수요 뻥튀기?'...예측 정확도, 재정사업보다 오히려 높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00년 이후 민자,재정도로 비교

재정 26곳, 민자 17개 새로 개통

재정도로 수요 예측 정확도 64.5%

네 곳 중 한곳은 예상의 절반 안돼

민자도로는 73%로 재정보다 높아

네곳 중 한 곳꼴 예상의 90% 넘어

전문가 "민자사업 수요검증 더 꼼꼼.

수요 나올 곳 자체 발굴한 덕분도"

중앙일보

인천공항고속도로 구간 중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영종대교.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천안논산고속도로 등 2000년대 초반 개통한 민자도로들은 대부분 '수요 뻥튀기' 논란을 겪었다.

실제 교통량이 당초 예측보다 훨씬 적게 나오면서 정부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Minimum Revenue Guarantee)' 명목으로 매년 수백억원 씩을 메워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개통 이후 지난 2017년까지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지원된 돈만 1조 5000억원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민간투자자들이 사업성을 높게 보이려고 예상 수요를 실제보다 많이 부풀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민자고속도로와 정부가 건설하는 재정고속도로의 수요예측 정확도를 비교해보면 상황은 다르다.

20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송석준(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민자·재정고속도로의 추정교통량과 실제 교통량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개통한 재정고속도로는 중부내륙선(김천~여주) 등 모두 26개다. 또 민자고속도로는 2000년 말 국내 민자 1호 사업으로 개통한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17개였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선 이들 재정고속도로의 예측수요와 실제 통행량을 비교하면 평균 정확도는 64.5%였다. 실제 수요가 예측치를 넘어선 도로는 중부내륙선 김천~여주 구간과 울산포항선 등 두 곳이다. 각각 정확도가 123%와 102%였다. 또 예상치의 90%를 넘은 경우는 이들 두 도로를 포함해 모두 4곳(15.4%)이었다.

예상 수요의 절반에도 못 미친 도로는 중부내륙선 여주~양평 구간 등 7곳으로 분석대상 고속도로의 26.9%를 차지했다. 재정고속도로 4곳 중 한 곳 꼴로 통행량이 예상치의 50%도 안 나왔다는 얘기다.

중앙일보

중부내륙선 김천~여주 국간은 실제 교통량이 예상치보다 높게 나왔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민자고속도로 17곳의 평균은 73.0%로 재정고속도로보다 8.5%포인트가 높았다. 이들 중 유일하게 서수원~평택고속도로(2009년 개통)가 예측치보다 실제 통행량이 많아 106.7%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또 서수원~평택고속도로를 포함해 모두 4곳(23.5%)이 예상치의 90%가 넘는 통행량을 나타냈다. 당초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도로는 2017년 개항한 부산신항 민자 도로 한 곳뿐이었다. 예측수요 대비 실제 통행량이 31.1%였다.

중앙일보

서수원평택고속도로는 민자도로 중 유일하게 수요 정확도가 100%를 넘었다. [연합뉴스]




이처럼 평균 정확도와 세부 비율을 따져보면 민자고속도로가 재정고속도로보다 수요를 보다 근접하게 예측한 사실이 확인된다. 그 이유는 우선 재정도로와 민자도로의 수요 검증 절차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용욱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장은 "재정도로는 두 세 단계의 검증 과정을 거치는 반면 민자도로는 사전타당성 검토, 예비 타당성 조사, 민자 적격성 평가, 실시협약 협상 등 더 많은 단계를 거치면서 수요예측의 타당성을 보다 꼼꼼하게 따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과장은 "민자사업은 예상 수요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통행료 수준과 정부 지원금 규모, 그리고 투자비 회수 가능 기간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부나 민자사업자 모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재정고속도로는 민자사업과 달리 정해진 기한 내에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는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적고, 통행료도 이미 정해진 규정에 따르면 돼 절차가 좀 더 단축된다는 설명이다.

중앙일보

2017년 개통한 부산신항 민자도로는 예상 대비 실제 수요가 31.1%에 그쳤다.[사진 부산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민자도로가 기존에 건설된 재정도로를 기반으로 요충지를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요가 잘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강경우 한양대 건설교통학부 교수는 "민자사업자들은 기존 정부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정교한 사업 모델을 구축해 적용하기 때문에 정확도에서 앞서 나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통 전문가는 "앞으로 도로 건설 시장이 거의 한계에 다다른 만큼 재정사업은 더 수요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지금보다 수요와 효과 등을 더 면밀히 따져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