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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한 영화 딴 생각] 30대 엄마 울린 '마법 풍선' vs 20대 언니 속터지게 한 '느린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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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포핀스 리턴즈

조선일보

송혜진 기자


[30대 엄마] '불가능조차 가능하지'♬ '철들기 전에 풍선을 잡아' 내 굳은 마음 녹여준 노래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은 절망의 순간에도 생은 우리에게 풍선 하나를 내려 보낸다. 14일 개봉한 '메리 포핀스 리턴즈'(감독 롭 마셜)는 잿빛 현실에 답답한 어른들일수록 봐야 하는 영화다.

1964년 줄리 앤드루스가 나왔던 뮤지컬 영화 '메리 포핀스'의 다음 이야기. 원작에서 메리 포핀스가 돌봐줬던 두 아이 제인(에밀리 모티머)과 마이클(벤 위쇼)은 자라서 1930년대 대공황 시대를 견뎌내는 어른이 된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세 아이를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마이클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은행에 집을 넘길 위기에 처한다. 이때 하늘에서 연을 타고 메리 포핀스(에밀리 블런트)가 내려온다. 마법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목욕을 하다 돌고래가 튀어오르는 바다로 빠져드는 것이 시작. 아이들이 도자기를 깨뜨리고 슬퍼할 때 메리 포핀스는 이들을 도자기 속 세상으로 떠나게 하고 상심한 어른들에겐 때론 연을 날려야 하는 이유를 안긴다. 모든 장면이 '수퍼칼리프레질리스틱엑스피알리도셔스(원작 속 메리 포핀스 주문)' 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장면이 눈부시게 환상적이다. 에밀리 블런트는 다정한 줄리 앤드루스와 또 다른 매력의 메리 포핀스를 창조해냈다. 단호하면서도 위트가 넘친다. 원작에서 굴뚝 청소부로 나왔던 딕 반 다이크도 깜짝 출연한다.

조선일보

위기에 놓인 뱅크스 집안 아이들에게 다시 찾아온 메리 포핀스. 그는 마법과 환상의 세계로 이들을 인도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차근차근 일러준다. 메리 포핀스의 마법에 어른들의 굳은 마음도 말랑해진다는 평과 더디고 평면적인 전개에 '디즈니 퍼레이드'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으로 갈린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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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아름답고 달콤하기만 했다면 굳이 어른들에게까지 권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녹록지 않은 인생에 지쳤던 어른들을 울릴 줄 안다. '모든 것이 가능해, 불가능조차 가능하지'라는 대사 앞에선 뭉클해지고, '인생이 우릴 철들게 하기 전에 풍선을 꼭 잡고 올라가요'라는 노래 앞엔 단단했던 맘도 절로 말랑해진다. 그러니 지금 풍선을 붙드시길. 너무 철들어 버리기 전에.

조선일보

황지윤 기자


[20대 언니] 도자기 속으로 뛰어들고 돌고래와 욕조 타고 바다로… 지나친 동심 강요 거북해

바람이 휘몰아치는 잿빛 하늘에서 메리 포핀스가 연을 타고 두둥실 내려올 때부터 불안했다. 내가 이 영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

파괴된 동심의 소유자라면 섣불리 도전하지 않길 바란다. 화려한 의상과 캐스팅, 신들린 듯 도도한 완벽주의자를 연기하는 에밀리 블런트의 '미친 미모'에도 130분의 상영 시간은 길었다. 아이들과 메리 포핀스가 욕조 속으로 풍덩 미끄러져 들어갈 때 나 혼자 물 위에 둥둥 부표처럼 떠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홀로 떠 있는 부표를 심해 속으로 끌고 들어갈 만큼 친절하지 않다. 동심의 세계로 들어올 사람만 알아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메리 포핀스의 마법에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들이 메리 포핀스와 함께 헤엄치고, 돌고래 떼와 함께 욕조를 타고 바다를 건넌다. 화려한 움직임과 활기찬 음악이 울려 퍼진다.

스크린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과도한 엔도르핀에 맘껏 취할 수 있는 관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상상이나 할 수 있겠니(Can you Imagine that)?" 노래하는 이들에게 물개 박수를 치며 화답했을 텐데. 아이들이 도자기 속으로 들어가 만화 속 디즈니 캐릭터들과 조우할 때는 어쩐지 아득해졌다. 실사(實寫)로도 이미 충분히 디즈니다운 영화가 굳이 디즈니 세계에까지 들어가 자기 존재를 과시할 필요가 있나.

'시카고' 감독 롭 마셜의 뮤지컬 영화답게 볼거리는 많다. 하지만 서사의 전개는 지극히 더디다. 이야기가 진척되려고 하면 느닷없이 노래와 춤의 향연이 펼쳐져 속이 터진다. 메리 포핀스는 돌아왔지만 잃어버린 동심까지 회복시킬 만큼 마법의 힘이 세진 않은 것 같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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