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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타인명의로 부동산 등기' 소유권 박탈되나…대법 공개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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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 인정' 기존판례 변경 논의…변경되면 부동산시장에 후폭풍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돼 소유권 박탈"vs"사회적 파급력 커 신중해야"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다른 사람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한 소유자가 등기명의인을 상대로 부동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일 오후 공개변론을 열고 각계 의견을 듣는다.

부동산실명법이나 농지법을 어긴 채 타인 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했을 때 원 소유자가 명의자로부터 소유권을 되찾을 수 없다는 판결이 선고된다면 부동산 거래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대법정에서 부동산명의신탁 사건 두 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고 명의신탁된 부동산의 등기를 원 소유자에게 이전하도록 한 2002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할지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듣는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2년 9월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기한 물권변동이 무효가 되므로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이런 판단에 따라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소유권에 기해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 또는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선고했다.

이 같은 판례는 법을 어긴 채 타인 명의로 땅을 맡겼어도 원 소유자가 되찾을 수 있다는 취지다.

다른 사람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한 행위(명의신탁) 자체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무효이므로 등기상의 소유자인 명의수탁자의 소유권도 인정할 수 없으며, 원 소유자인 명의신탁자가 '원상복구'를 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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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와 관련한 법학계의 반론이 적지 않았다.

부동산의 원래 소유자가 자의로 법을 어겨 다른 사람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한 뒤에 이런 행위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법 실무를 다루는 법조계 일각에서도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범죄자가 범죄행위로 얻은 수익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한 민법의 '불법원인급여' 원칙을 근거로 삼은 주장이다.

여러 반론이 장기간 제기되자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공개변론을 열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공개변론에서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한 경우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돼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지에 대해 원·피고 양측 대리인과 전문가들의 진술을 듣는다.

전문가로는 박동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오시영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 송오식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선다.

또 홍인기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 농지과장이 판례를 변경할 경우 부동산 업계에 미칠 파급력과 부동산 명의신탁 현황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개변론을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해 이르면 5월께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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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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