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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FI '손배 중재' 압박에.."계약 무효" 반격 나선 신창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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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 측 "주당 40만원 말도 안돼

주주간계약 무효 맞대응 소송 검토"

풋옵션 가격 조정에 전력 다할 듯

이데일리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영수 문승관 기자] “미봉책에 불과했던 재무적 투자자(FI)와의 주주간 계약(SHA)에 금이 간 것으로 풀이된다. 신뢰가 깨지면서 터질 게 터진 것이다.”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이 이달 말 대한상사중재원에 손해배상을 위한 중재를 신청키로 하면서 신창재(사진) 교보생명 회장의 경영권 향방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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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 측은 FI들의 중재신청 강행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이들을 상대로 한 법적 소송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을 명기한 SHA 자체가 불공정계약인 만큼 무효라는 것이 신 회장 측의 주장이다.

앞서 지난해 10월말 어피니티와 같이 풋옵션을 행사한 주주 측(SC PE,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의 이번 중재신청은 기업공개(IPO)를 앞둔 상황에서 신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읽힌다. 이들은 교보생명 지분 29.34%를 보유하고 있으며 풋옵션 행사가로 주당 40만9000원(총 2조원 가량)을 요구한 상태다. 이는 FI들이 2012년 투자한 1조2000억원보다 8000억원 많은 액수다.

◇“제값받기 어렵다” 위기 느낀 FI, 중재로 압박

업계에서는 FI들이 이번 중재신청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로선 신 회장과 FI 간 신뢰가 깨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가장 우세하다. 지난해 풋옵션 행사 통보 이후 중재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기보다는 상호 협의를 통해 사안을 해결해 나가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상황이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협상 과정에서 풋옵션 행사가에 대한 이견이 컸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다. FI들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 보유지분을 사들일 당시 교보생명으로부터 3년 이내 IPO를 확약받았지만 교보생명은 번번이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연기했다. 이에 3년이 지난 시점인 2015년 말에 FI를 달래기 위해 풋옵션을 제시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더 안좋아졌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당시 대비 보험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아 투자회수액을 놓고 이견이 컸던 것 같다”며 “IPO를 하더라도 FI들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이 나올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5년이면 투자 회수를 위한 작업을 시작하는데 1조2000억원이나 투자한 어피니티컨소시엄이 7년 동안 참고 기다린 것은 그나마 교보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며 “오히려 교보가 이들에 대한 투자 회수 약속을 저버리고 차일피일 미룬 게 화근이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풋옵션 행사는 물론 앞으로 IPO를 통해서도 제값(펀드 출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받아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FI들은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중재신청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 “풋옵션 가격 40만원 지나쳐”…협상 난항 예고

실제 보험산업 전반적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약정수익률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생명보험업계는 오는 2022년 시행 예정인 새로운 회계제도 IFRS17(국제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추가 자본확충 규모가 불확실한데다 새로운 회계제도 변화에 맞춘 체질개선도 요구되는 만큼 보험산업은 중장기적으로 저성장국면이 불가피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생보사 기업가치의 바로미터인 삼성생명의 PBR은 2017년말 0.8배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0.6배로 하락했다. 또 풋옵션이 행사된데다 중재신청이라는 악재를 추가하면 대주주의 변동성이 커 금융당국으로서도 IPO 인가에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금융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FI의 풋옵션 행사로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경우를 가정해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교보생명의 기업가치 하락이 발생하면 현장조사 등 조치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급변하면서 신 회장 측은 FI가 통보한 풋옵션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자의적 해석을 통해 풋옵션을 행사했을 뿐아니라 보험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데 단순히 과거 수치를 기준으로 가격을 산출, 제시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신 회장 측은 SHA 자체를 문제삼고 법적 소송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신 회장 측은 “중재신청에 대비해 법적 소송 검토에 착수하고 승소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며 “예정됐던 IPO는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IB업계는 신 회장 측이 FI들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풋옵션 행사가를 낮추거나 투자 원리금의 일부를 우선 상환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은 물론 자금 마련방안 등도 함께 논의해야 할 상황인 만큼 협상의 난항이 예상된다.

또다른 IB업계 관계자는 “FI를 달래기 위해서 교보증권 매각 카드를 다시금 꺼낼 수도 있다”며 “법원의 중재 판정이 FI 측의 손을 들어주면 FI는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 또는 재산을 압류해 처분할 권리를 갖게 돼 교보생명 경영권의 제3자 매각도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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