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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비즈톡톡] 출시일에 살 수 없는 신제품...삼성전자의 공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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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가전 업체들은 매년 성능을 조금씩이라도 개선한 신제품을 내놓습니다. 특히 신년초에는 에어컨이나 청소기 신제품이 주로 쏟아집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난해 나온 ‘구형'보다는 가격이 조금 오르더라도 신형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각종 언론보도나 홍보자료를 보고 신제품을 사러 매장에 갔는데 "출시 전"이라는 대답을 듣는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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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새로 내놓은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제트’.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005930)는 지난달 28일 무선 청소기 ‘삼성제트’를 공개했습니다. 삼성제트는 업계 최고 수준인 200W(와트) 흡입력을 구현한 프리미엄 제품입니다. 삼성제트는 무선 청소기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던 삼성전자가 내놓은 ‘야심작’입니다. 전작인 ‘파워건’보다 출력은 50W 늘어나고, 무게는 30%가량 줄었습니다.

삼성전자가 파워건을 처음 출시한 건 2017년 9월. 그러나 파워건은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게 사실입니다. 국내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시장은 다이슨과 LG전자가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2년만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재단장하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당시 삼성전자가 밝힌 삼성제트의 출시일은 2월 7일입니다. 그러나 10일 이상이 지난 2월 19일까지 가정에서 삼성제트를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아직 배송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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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삼성닷컴 홈페이지에서 ‘삼성제트’를 주문하려 하자, 2월 21일 이후 순차배송이라는 안내를 볼 수 있었다. /삼성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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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삼성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출시일인 7일부터 13일까지 ‘런칭 알림 신청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삼성닷컴의 삼성제트 결제 페이지에선 "21일 이후 순차배송"이라는 안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부 제품은 "판매 준비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 주문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매장 상황은 어떨까요. 19일 삼성디지털프라자와 시내 주요 백화점 등지에는 삼성제트 실물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장에 구입을 요청하자, "2월말~3월 중순에야 받아볼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사실상 ‘예약판매’ 중인 셈입니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9년형 무풍에어컨을 출시하면서도 출시일과 실제 판매일이 차이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2019년형 무풍에어컨 출시일은 1월 24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출시 당일 삼성닷컴에선 신형 에어컨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홈페이지에 신제품이 등장한 건 하루 뒤인 25일부터였지만, 여전히 주문은 ‘판매 예정’이라며 불가능했습니다. 제품 주문이 가능해진 건 2월 초 들어서입니다.

현재 백화점과 삼성디지털프라자 매장에는 2019년형 무풍에어컨이 전시돼 있지만, 유통업계에선 "일부 대형마트에는 2월 중순인 지금까지도 실물이 들어오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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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삼성닷컴 홈페이지에서 찾은 일부 ‘삼성제트’ 제품은 ‘판매 준비중’이라며 주문할 수 없었다. /삼성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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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삼성전자 관계자는 "출시일은 유통업체가 삼성전자 측에 주문을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을 말하는 것으로, 소비자 손에 제품이 안기는 시점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제트의 경우 출시일 이후 소량을 1차 배송 한 뒤에, 배송 지연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을 막기 위해 배송일을 여유롭게 설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경쟁사 출시 일정에 발맞추기 위해 무리한 출시일을 제시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청소기 생산라인이 베트남에 있어 생산·제품수급에 시간이 필요한데, 출시를 서두르면서 이런 일이 생기는 듯하다"고 했습니다.

‘공수표 출시일’은 가전업계에서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고 합니다. 출시일은 소비자와의 약속입니다. 조금 늦더라도, 실제 소비자가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그 날을 ‘출시일’로 밝히는 게 맞지 않을까요. 앞으로는 모든 소비자가 기업이 밝힌 출시일에 실제 제품을 만져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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