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1그룹 1자산운용사’ 원칙 폐지

하이자산운용 인수 의사를 밝힌 우리금융지주가 여러 개의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가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0일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우리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전문성 있는 자산운용사를 여러 개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하이자산운용 인수전에 뛰어든 우리금융지주가 복수의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조선DB

우리금융은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우리PE)이라는 자회사가 있지만, 전문사모집합투자업을 주로 하고 있어 종합자산운용사로 보기는 어렵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각 분야별로 전문성 있는 자산운용사를 보유한다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지난 18일 인수 의사를 밝힌 하이자산운용은 대체투자에 특화된 자산운용사다. 대체투자란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 투자 상품이 아닌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벤처기업, 원자재 등 다양한 곳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운용자산(AUM) 기준 업계 21위의 회사로 자산 규모는 11조65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하이자산운용 매각가를 1250억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복수의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것은 그룹의 안정적 수익 창출과 조직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운용업의 경우 운용수익률과 관계없이 고객이 계좌에 돈만 넣어놔도 수수료를 떼어가는 구조여서 금융회사가 선호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운용하는 자산 유형 등에 따라 조직·인력 관리 방법 등도 달라지기 때문에 그룹 입장에선 복수의 자산운용사를 두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지주가 복수의 자산운용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6년 ‘자산운용사 인가정책 개선방안’을 통해 ‘1그룹 1자산운용사’ 원칙을 완화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룹 내 자산운용 분야가 겹치지만 않는다면, 금융지주가 보유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 수에 제한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의 추가 M&A 대상으로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등이 거론된다.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은 중국 안방보험 소속 회사로, 중국 안방보험의 경영권을 보유한 중국 정부가 해외 자산 매각 방침을 밝히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각각 업계 12위(21조1331억원), 29위(7조9173억원)의 중소형 자산운용사로 대규모 M&A에 나서기 어려운 우리금융의 상황을 고려하면 적당한 규모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내부등급법을 표준등급법으로 변경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 비중)이 15%에서 11%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금융회사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산출하는 내부등급법 대신 금융회사 전체 평균을 적용하는 표준등급법을 쓰면 위험가중치가 높아져 BIS 비율이 하락한다. BIS 비율이 낮으면 M&A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부담될 수 있고, 위험자산이 많은 금융회사를 사들이기도 어려워진다.

우리금융이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자산운용사에만 국한해 인수를 검토하기보다는 전문성 있는 자산운용사가 시장에 나오길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자산운용사가 여럿 있지만,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적절한 전문성을 갖춘 자산운용사가 시장에 나오길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