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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정리의 마법'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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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는 인생을 바꾼다” 미니멀 라이프의 즐거움 전해… 안 쓰는 물건 과감히 처분… SNS서 ‘인증샷’ 올리기 유행

“정리는 단순히 집안을 깨끗이 하고, 사람이 왔을 때만 깨끗이 보이기 위한 정리가 아니다.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인생을 빛나게 하는 정리다. ‘나는 꼭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강하게 믿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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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집 정리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의 TV시리즈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의 한 장면. IMDB 제공


‘곤도 마리에 신드롬’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 시작은 올 1월 1일을 기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8부작 시리즈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나이 35세, 신장 142㎝의 작은 일본 여성이 아이를 낳은 후 집이 엉망이 된 부부, 쾌적한 노후를 누리고 싶은 사람, 좁은집으로 이사 온 네 식구 등의 사연을 가진 미국 평범한 가정을 방문해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단순하면서도 단호한 원칙으로 집정리의 마법을 선보인게 큰 호응을 얻었다.

반응은 뜨겁다. 수많은 미국 사람들이 안쓰는 물건을 내버리기 시작했다. 재활용업체와 굿윌·구세군 등 안 쓰는 물건을 기부받는 곳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곤마리’식 정리법으로 인생을 정돈하기로 맘 먹은 이들이 자신의 옷장 사진 등을 올리는게 유행이다. 영국에선 BBC가 이 프로그램을 본 후 집 물건 3분의 1을 버리자 식구 조울증 증세까지 호전된 런던 한 가정 사례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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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롬의 주인공인 곤도 마리에는 미국 주요 방송 대표 프로그램에 연달아 등장해 “진짜 인생은 정리 후에 시작된다”고 자신의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이를 두고 스즈키 사토코 일본 히토츠바시대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정리정돈이 단순히 청소의 관점이었다면 미국에서는 자아실현 방법론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은 그냥 정리법이 아니라 자신을 돕고, 이해하고, 개발하는 도구가 됐다”고 최근 신드롬을 분석했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급증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곤마리식 정리법에 대한 ‘간증’은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독립생활중인 최여진씨는 “엉망이 돼버린 집 안에서 ‘멘붕’에 빠진 주인공들 모습에 백번 공감이 가서 계속 보게됐다”며 “의류, 서류, 추억의 물건 등 곤도 마리에가 콕 집어 말하는 ‘정리 대상 분류’들도 평소 제일 골칫거리였던 것이어서 무릎을 치며 봤다”고 시청 소감을 전했다. 이미 설 연휴에 곤마리식으로 소품을 정리한 김씨는 주말마다 의류, 서류 등 나머지 집안 살림을 마저 정리할 계획이다. 네식구 가장인 직장인 나현중씨는 “와이프가 곤마리식 정리법 때문에 과소비를 잘 안한다”며 “집에 곤도 마리에 책을 한권씩 두어볼 만하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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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곤도 마리에 신드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살 꼬마때부터 정리·정돈에 집착했다는 곤도 마리에는 수많은 정리·수납 서적을 섭렵해 자기 집은 물론 친구네까지 정리해주며 쌓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발간, 일본내에서만 100만부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그 여세로 이 책은 세계 41개국에서 출간됐는데 서구권에서도 2014년 영문판이 나왔다. 영어에 약한 저자의 홍보 한계로 그냥 묻힐 뻔한 이 책은 우연히 이를 접한 뉴욕타임즈 기자가 옷장 정리를 시도한 경험을 기사로 쓴게 계기가 돼 폭발적으로 읽히기 시작했다. 그 결과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150주 동안 오르면서 총 800만부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곤도 마리에는 2015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히며 유명인사가 됐다. 이후 곤도 마리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제작에 참여하고 미국내 정리컨설턴트 양성에 나서는 등 아예 미국으로 남편, 딸과 함께 기반을 옮겨 정리컨설턴트 사업을 확대해 전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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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곤도 마리에식 정리법이 우리나라에선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곤도 마리에 서적이 국내에선 10만권 정도 팔리는데 그친 것도 출판업계는 종교적 배경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버리기 어려운 것은 공양하는 마음을 담아 소금을 넣자’ 등 사물과 교감을 강조하는 곤도 마리에식 정리법은 “만물에 신이 머문다”는 일본 민속 신앙 ‘신토(神道)’에 맥이 닿은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곤도 마리에는 18세 무렵 일본 한 신사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서 한동안 일했다고 한다. 그러나 곤도 마리에는 미국 네티즌과 일문일답에서 “나에게 신도는, 내 삶의 특별한 종교는 아니지만, 일상 생활의 자연스러운 습관”이라며 “영향을 미쳤겠지만, 생각만큼 강한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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