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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RE:무비] '항거' 3.1 운동 그후…우리가 몰랐던 유관순의 마지막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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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항거' 포스터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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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무엇이 죽음을 무릅쓰고 만세를 외치게 했을까.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이하 항거)는 조민호 감독의 이 같은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조 감독은 7년 전 서대문 형무소의 역사관을 찾았다가 유관순 열사의 사진 속 눈빛을 보게 됐고, 그의 당당한 에너지와 강인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덮여있던 열일곱 소녀의 정신을 살아나게 해보고 싶었다"던 조민호 감독은 이후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

흑백영화인 '항거'는 1919년 3월1일 서울 종로에서 시작된 만세운동 이후, 고향 충청남도 병천에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이 서대문 감옥에 갇힌 후 1년여의 이야기를 담는다. 유관순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유관순과 함께 옥살이를 한 8호실 여성 30여 명의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세 평 남짓한 감옥에서 유관순과 여성들은 다리가 붓지 않으려 하루종일 돌고 또 돈다. 이들은 아리랑을 부르기도 하고 4계절을 한 벌의 옷으로 나기도 하지만 서로 연대하며 열악한 환경을 버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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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 스틸 컷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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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의 삶은 순탄치 않다. 아리랑을 부르다 일본 간수에게서 "조용히 하라"는 핍박을 듣기 일쑤고, "우린 개구리가 아니다"라고 소리치다 유관순은 끌려가 고문을 당한다. 그렇게 감옥에서 지낸지 1년, 유관순은 3.1 만세운동 1주년을 기억해내고 다시 한 번 만세운동을 주도한다. 8호실에서 다시 시작된 만세운동은 서대문 형무소에서 울려퍼지고, 서울 곳곳으로 번져갔다. 이후 유관순은 만세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끌려가 다시 모진 고문을 당하지만 감형해주겠다는 일제의 회유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모습을 보인다.

유관순이 만세운동을 다시 주도하기까지, 고초의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연대했던 8호실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관순 역의 고아성도 인터뷰에서 "손꼽히는 리더들의 공통점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 잘 하고 있냐'고 물어본다는 점"이라며 "그렇게 주위에 물어봤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 부분이 영화 중간중간에 드러나길 바랐다"고 말했다. 영화는 그래서 유관순이 여성들과의 관계 속에서 독립에 대한 열망을 키웠고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그럼 누가 합니까?"라고 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8호실 여성들의 모습도 함께 담으면서 이들의 연대를 통해 3.1 1주년 만세운동이 다시 일어났다는 과정에 주목한 영화의 관점은 새롭게 다가온다. 유관순으로 분한 고아성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고아성은 5일간 금식을 하는 열정까지 보이면서 유관순의 내면에 이입하는 노력을 보였다. 위인 유관순이 아닌, 열일곱 청춘의 유관순의 인간적 고민에 접근하려 노력한 지점도 돋보였다. 8호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유관순의 표정을 보여준 고아성을 비롯해 기생 김향화 역의 김새벽,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 역의 김예은, 다방 종업원 옥이 역의 정하담이 보여준 항일 의지와 내면 연기도 여운을 남긴다. 오는 27일 개봉.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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