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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한국 원자력 기술, 네덜란드 수출로 유럽 첫 발 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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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국이 유럽 시장에는 최초로 원자력 기술을 수출하게 됐다. 하나로원자로에서 축적된 기술을 토대로 한 것이다. 사진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하나로원자로를 연구원들과 관계 공무원들이 둘러보고 있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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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유럽 시장에 최초로 원자력 기술을 수출한다.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개선사업 ‘OYSTER 프로젝트’의 핵심기기를 완성해 발주처인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에 인도하게 된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은 2017년 3월 착수한 ‘성능시험용 수조 내 기기’ 제작을 완료해 20일 출하식을 하고 네덜란드 측에 인도한다고 밝혔다.

OYSTER 프로젝트는 델프트공대에서 운영 중인 연구용 원자로에 냉중성자 연구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2014년 원자력연과 현대엔지니어링(주), 현대건설(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계약금 총 280억원 규모에 이 프로젝트를 수주해, 국내 원자력 기술 사상 첫 유럽시장 진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 7월 시작돼 1년 4개월간 이뤄진 1단계 사업에서는 냉중성자 연구시설의 기본 설계가 완료됐다. 시설의 제작 및 설치를 목표로 하는 2단계 사업은 2017년 3월 시작돼 2020년 4월에 완료될 예정이다.

식히면 투과 성능 높아지는 '냉중성자'..."원자력 선진국에 기술 수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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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3일 김종경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과 디르크 얀 반 덴 베르흐 델프트공대 총장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대통령과 빌렘-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구용 원자로 사업에 관한 종합설계시공계약과 과학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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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프트공대가 연구용 원자로에 냉중성자 연구시설을 구축하는 이유는 투과 성능이 높은 냉중성자의 성질 때문이다. 냉중성자란 열중성자를 영하 250도의 액체수소에 통과시켜 차갑게 만든 일종의 ‘빔’으로, X선보다 투과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익 원자력연 연구로개발단장은 “기존 열중성자가 가진 파동을 감속(減速)하면 물질 투과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이 때문에 세포 등 생체 물질을 파괴하지 않고 나노미터 영역의 원자나 분자 구조를 살펴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델프트공대는 이런 냉중성자 연구시설의 장점을 활용해 신약개발 등 바이오 분야, 나노 분야, 신소재 분야 원천 기술 등 기술 개발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우상익 단장은 “2009년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에 연구용 원자로(JRTR), 발전용 원자로를 수출했지만, 이는 원자력 신흥국에 대한 기술 이전이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원자력 선진 시장에 국내에서 축적·개발한 기술을 수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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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수출한 첫 원전이다. UAE 아부다비 서쪽으로 270여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지난해 3월 1호기가 완공됐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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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에서 약 3년 이상의 제작 과정을 거친 ‘성능 시험용 수조 내 기기’는 올해 9월 원자로 수조 내에 설치될 예정인 ‘냉중성자원 수조 내 기기’의 시제품 성격이다. 냉중성자원 수조 내 기기가 실제로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일한 부품으로 제작됐다.

델프트공대는 현지에서 제작한 기존 극저온헬륨냉동기·수소공급계통·진공계통 등 보조계통과 이번 수출된 성능시험용 수조 내 기기를 연결해 ‘열사이펀(Thermo-siphon)’ 현상이 원활하게 구현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열사피언 현상은 열중성자를 냉각하기 위해 필요한 액체수소를 만드는 공정으로, 기체수소를 액체수소로 변환시키는 과정이다. 델프트 공대는 시험 결과를 토대로, 실제 원자로 수조에 설치될 냉중성자원 수조 내 기기의 설계를 확정하고 제작을 진행할 예정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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