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리그 원정 ‘1252일 무득점’
바르샤 팬들 “화성에 갔다 왔나”
단순 징크스 넘어 ‘미스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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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르셀로나 팬들이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볼 때는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특히 스트라이커 루이스 수아레스(사진)에게 그렇다. 트위터에서 그에 대해 적은 글을 보자.
“스티비 원더가 항상 웃고 있는 것은 수아레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수아레스가 화성에 갔다온 게 틀림없다. 화성에 생명체의 흔적이 없는 걸 보면 그렇다.”
바르셀로나 팬들의 분노가 느껴진다. 20일 열린 리옹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0-0으로 마친 뒤에는 이런 글이 더해졌다. “수아레스의 이번 달 월급은 리옹이 줘야 한다.” ESPN이 팀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꾼 노릇을 했다며 팀내 최저 점수인 4점을 매긴 것을 보면 팬들이 분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수아레스의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그렇게 나쁜 게 아니다. 라리가에선 23경기 15골·5도움으로 준수하다. 라리가에서 그보다 많은 골을 넣은 건 22골의 팀동료 리오넬 메시뿐이다. 문제는 최근 폼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데 있다. 2월3일 발렌시아전부터 5경기째 골은커녕 도움도 사라졌다.
수아레스가 기회를 무산시키는 건 일상이 되고 있다. 지난 17일 바야돌리드전에선 결정적인 찬스를 무려 4번이나 놓쳤다. 바르셀로나가 최근 4경기에서 2득점에 그치며 골기근에 빠져 있는 것도 수아레스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선 더욱 심각하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5경기에서 2도움을 기록한 게 전부다. 슈팅을 28개 날렸지만 한 개도 상대 골네트를 뒤흔들지 못했다.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선 2015년 9월17일 AS로마전 이후 무려 1252일, 경기 수로는 16경기, 출전 시간으로는 24시간을 훌쩍 넘긴 1508분 동안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마이클 오언 등 숱한 레전드들이 “축구계에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스트라이커”로 꼽았던 수아레스이기에 챔피언스리그 원정 징크스는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미스터리에 가깝다. 통계업체인 옵타가 수아레스의 원정 무득점 기록을 전하면서 ‘이상하다’는 한마디를 덧붙인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발베르데 바르셀로나 감독은 “골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모를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골만 넣지 못하고 있을 뿐 다른 플레이는 괜찮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1252일은 팬들이 인내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수아레스 같은 스트라이커를 데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 터져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리그 우승 야망을 키워 나가려면 수아레스의 원정 징크스부터 우선 넘어야 할 것 같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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