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는 2005년 도입 이후 외형적 성장을 이어왔지만, 낮은 수익률과 사회보장제도로서의 한계, 관리의 미흡함 등 여러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노사정 합의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금형 퇴직연금인 푸른씨앗을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기금형 퇴직연금의 성공에는 수익률과 안정성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급여 수준은 올라가지만, 반대로 손실이 발생하면 그 부담 역시 가입자에게 직접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기금 안정성과 연계될 뿐, 가입자의 급여 수준과는 별개라는 점에서 다른 구조를 가진다.
퇴직연금이 일하는 사람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인 점을 감안하면 안정성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푸른씨앗은 채권 등 안전자산에 70% 이상을 투자하는 안정적 운용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2022년 설립 이후 연평균 7%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둘째, 전문성을 갖춘 운용체계가 필수적이다. 푸른씨앗은 경쟁을 통해 우수한 민간 자산운용기관을 선정하고 위탁 운용함으로써 금융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셋째, 투명하고 민주적인 관리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푸른씨앗은 노동계와 경영계,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등 노사정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금형 퇴직연금의 선도 모델인 푸른씨앗의 사례가 퇴직연금 기금화 추진에 중요한 참고가 되길 바란다. 특히 이번 TF 합의에 따라 푸른씨앗의 가입 대상이 현행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면, 더 많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재정 지원과 안정적인 운용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이번에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지만, 향후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도 있다.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 문제 논의와 함께,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와 노무제공자 등 퇴직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퇴직연금은 더 이상 퇴직금 제도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일하는 모든 사람의 노후를 책임지는 사회보장제도로 발전해야 한다.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를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고, 사각지대를 줄여간다면 퇴직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든든히 지키는 ‘삼중 그물망’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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