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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유전체기업협의회, 복지부 시범사업 '불참' 선언…산자부 사업은 적극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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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구해온 국내 유전체 분야 기업 19곳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산업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단체로 반발하며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 산하 유전체기업협의회는 20일 회원사 회의를 통해 보건복지부의 소비자 직접의뢰(DTC) 유전자검사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5년 7월 출범한 유전체기업협의회(이하 유기협)에는 국내 유전체 관련 기업 19곳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조선비즈

조선DB




DTC유전자검사 서비스는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소비자 개인이 직접 유전자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침(타액)이나 혈액 표본을 담아 보내면 조상이 누구인지 밝혀주고,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예측해주는 서비스 사업이다.

그동안 ‘유전자검사 허용 대상 항목 확대’를 두고 정부와 업계 간 팽팽하게 줄다리기 해왔는데, 최근 규제 완화 논의 과정에서 잇단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시범사업을 놓고 다시 주무부처와 업계 간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 14일 복지부는 시범사업 추진위원회를 열고 DTC 유전자검사서비스 인증제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추진 방안을 의결했다. 추진위는 시범사업에 적용할 검사 대상 허용 항목을 과학적 근거가 검증됐다고 판단된 57개 항목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는 당초 산업계가 요구해온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는 게 유기협의 보이콧 이유다.

유기협은 "복지부가 이번에 허용한 57개 웰니스 항목으로는 국민 건강 관리 및 산업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복지부의 인증제 시범사업은 사상 유례가 없는 규제의 종합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는 12개 항목(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색소침착, 탈모, 모발굵기, 노화, 피부탄력, 비타민C농도, 카페인대사)에 대해 DTC유전자검사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제한적인 검사 항목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규제 완화를 촉구해왔다.

일부 항목만 허용해주는 식의 현행 ‘포지티브 규제’에서 금지된 것을 제외하고 다 허용해주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달라는 게 업계의 요구다. 반면, 복지부는 안전성과 신뢰성 등을 잣대로 웰니스 항목 확대에 대해서만 논의한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이러한 입장 차 속에서 규제 완화 방안을 놓고 복지부와 업계가 논의를 이어왔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의 시각 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작년 12월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본회의에서 DTC유전자검사 항목을 기존 12개에서 121개 항목으로 확대하는 안이 검토됐으나 불발됐고, 업계는 유전자검사 서비스의 질을 관리·감독하라는 인증제 도입 과제를 떠안았다.

이후 복지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시범사업을 발표하면서 기존 허용항목보다는 늘어난 57개 항목을 공개했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산업계는 ‘업계가 네거티브규제에서 좀 더 양보해 121개 항목까지 늘려달라고 기대하며 복지부와 논의해왔는데, 복지부가 정작 이를 57개로 축소한 격’이라는 얘기다.

유기협은 "복지부가 공고한 57개 항목으로는 국민의 건강관리 및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실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동안 12개 항목으로 진행했던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유기협은 "질병 예방 항목을 추가해주거나,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 관계자는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에 대해서는 안전하고 검증된 항목 위주로 허용한다는 게 복지부의 방침"이라며 "항목 확대 등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서는 시범사업을 통해 근거와 신뢰성, 안전성 등을 규명·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기협은 복지부 시범사업 불참을 선언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행하는 ‘규제 샌드박스’에는 적극적인 참여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업계가 두 개의 정부 부처를 놓고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 앞서 산자부가 규제샌드박스 1호를 발표하면서 ‘질병’을 허용해준 부분에 대해 업계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차 산업 융합 규제특례심의회를 열고 마크로젠에 대해 기존 12개 유전자검사 항목에 고혈압, 뇌졸중, 대장암, 위암, 파킨슨병 등 13개 질환에 대한 유전자검사 실증 특례를 허용했다. 그동안 복지부는 질환을 제외한 웰니스(건강관리) 항목에 대해서만 논의해왔다.

실제 유기협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행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국민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질병 예방 항목을 대상으로 실증특례를 부여하고 있는 데 대해 환영한다"며 "유기협 차원에서 공동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년 후 실증된 결과가 공유되고 규제개선 조치로 연결돼 바이오산업이 활성화되고 고용 창출 측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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