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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사설] 공공기관 채용비리 만연, 상시 조사로 발본색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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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친인척 특혜, 부당청탁 등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정기 전수조사’ 결과 182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고 어제 밝혔다. 신규채용 관련이 158건, 정규직 전환 관련이 24건이다. 16건은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비리 혐의가 짙은 36건은 수사의뢰하고, 채용 과정에서 중대 과실이 있었던 146건에 대해선 징계·문책을 요구키로 했다. 조사 기간이 3개월에 불과했고, 감사원 감사 중이라 제외된 공기업들을 감안하면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지금도 채용비리가 저질러지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적발된 내용을 보면 가관이다. 전남테크노파크는 지난해 임원 자녀가 서류전형·필기시험에서 2위였지만 면접에 높은 점수를 줘 1위로 합격시켰다. 근로복지공단 소속 병원 임직원은 2012년 특정 업무직 채용 시 자신의 조카, 친구의 자녀가 응시한 사실을 알고도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영홈쇼핑은 2015년 고위직의 자녀를 포함해 6명을 신규 채용시험 없이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해 줬다. 감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일수록 불법채용이 판을 치고 있는 셈이다. 억울하게 탈락한 취업준비생 55명은 억장이 무너지고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다른 어떤 부문보다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상징하는 반사회적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청년들을 좌절에 빠뜨릴 뿐 아니라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를 뿌리 뽑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채용비리조차 근절하지 못하면서 ‘일자리 정부’를 외치는 건 공허하지 않은가.

정부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인원을 매년 기관 홈페이지 등에 의무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공직자에 의한 가족채용 특혜 제공을 제한하는 내용의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한다. 이 정도 대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고질적이고 뿌리 깊은 병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채용비리 가담자는 엄중히 처벌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정부는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상시화하고 수사기관을 동원해 발본색원해야 한다. 정교한 재발 방지책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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