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신자들, 성서만 읽고 삶에 필요한 모든 정답 찾으려 해"
[촬영 성서호] |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낙태죄 폐지에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내온 기독교계 내부에서 폐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김종훈(자캐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총무 신부는 21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가 공동으로 연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포럼에서 폐지 지지 의견을 밝혔다.
민김 신부는 "현행 낙태죄의 가장 큰 문제는 여성의 몸을 통제 대상으로 본다는 점"이라며 "낙태죄는 이성애 가부장제도가 기본값이었던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해 낙태의 고통과 무게를 여성에게만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민김 신부는 "이후 여러 부작용 때문에 여성의 임신중단권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일부 종교계는 이에 대해 '비윤리적, 비종교적 주장'이라고 꾸짖으며 낙태죄 폐지 주장을 생명 경시라고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는 사회를 통제하는 기구가 아닌, 사회과 동행하는 존재일 뿐"이라며 "성서와 교회는 모든 걸 말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오늘날 한국 교회와 신자들은 성서에 그 이상을 요구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직 성서만 읽고 삶에 필요한 모든 정답을 찾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과학책이나 의학책이 아닌데 현대인들이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할 온갖 질병과 생태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 성서가 구체적인 정답을 준다고 과장한다"고 덧붙였다.
민김 신부는 "생명이냐, 선택이냐로 단순화한 구도 너머에 과거부터 지금까지 낙태죄를 옹호하는 이들이 있고, 무엇보다 신과 교회의 이름으로 이에 동참하는 이들이 있다"며 "당신과 나, 우리가 신과 교회의 이름으로 할 일은 그런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차별받고 배제당하는 여러 사람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이 사회가 다양한 안전망과 지원정책을 갖추는 일에 함께해야 한다"며 "기억하자. 여성이 아니라, 낙태죄가 문제다"고 말했다.
이한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낙태죄의 위헌성에 대해'라는 발표에서 "낙태죄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 재생산권, 건강권과 생명권 등 기본권을 제한한다"며 "형법의 과잉 도덕화와 낙태죄 처벌의 실효성을 고려하면 입법 목적의 정당성에도 의문이 들고, 방법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포럼에서는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 그레이스 윌렌츠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캠페인·조사담당관 등이 발표했다.
윌렌츠 담당관은 지난해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수정 헌법이 폐지된 가톨릭국가 아일랜드의 낙태 비범죄화 성과를 한국사회에 알리고, 여성의 성·재생산권을 옹호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전하고자 방한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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