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경북 의성군 단밀면 한 폐기물 처리장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방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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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방치된 불법 폐기물이 120만t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올해 40% 이상 치우는 것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불법 폐기물을 모두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2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불법폐기물 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지난해 11월 수립된 ‘불법폐기물 근절대책’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실시한 전수조사를 토대로 불법폐기물 처리 계획과 근본적 제도 개선 방안이 포함됐다.

■불법폐기물 120만3000t…인적 드문 곳에 투기

전수조사 결과 전국에서 120만3000t의 불법폐기물이 확인됐다. 종류별로는 방치폐기물 83만9000t, 불법투기 폐기물 33만t, 불법수출 폐기물 3만4000t이 쌓여 있었다. 전국적으로 대전·세종·제주를 제외한 14개 시·도, 235곳에 불법폐기물이 쌓여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가 69만t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북·전북·전남 순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수도권 폐기물이 흘러들어와 여기저기 쌓였고, 경북·전북·전남은 인적이 드문 임야에 불법폐기물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서울, 부산 등 주요 대도시의 경우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정부는 전체 불법폐기물의 41.2%인 49만6000t을 올해 안에 우선적으로 치우고, 2022년까지 모든 불법폐기물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폐기물을 만들어낸 발생원인자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세웠다. 처리업체 등에서 쌓인 폐기물을 치우도록 하고, 업체가 파산을 했거나 주민들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에 정부에서 대신 돈을 들여 대집행을 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재활용을 우선적으로 하고, 공공 소각장에서 처리해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폐기물을 불법으로 가져다 버린 사업자는 최대한 찾아내 책임을 묻는다. 필리핀 쓰레기 수출 사건으로 드러난 불법 수출 폐기물의 경우 정부에서 대집행을 한 뒤 업체에서 비용을 받아낼 계획이다. 현재 평택항에 쌓여있는 필리핀 반입 물량을 포함한 4600t은 다음달까지 처리하고, 몰래 수출하려다 적발된 3만여t도 올해 안에 모두 처리하기로 했다.

■폐기물 처리 능력 키우고, 감독은 강화

근본적으로 불법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다. 핵심은 폐기물 처리 능력 확대와 폐기물 관리·감독 강화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값어치가 적고, 태워서 처리해야 하는 폐비닐이다. 이러한 폐기물들은 선별 과정을 거쳐 산업재료 등으로 재활용을 하고, 거기서 다시 남는 것들은 태우거나 고형연료 등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해 1월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를 한 이후 폐비닐 등 각종 쓰레기들이 갈 곳을 잃으면서 방치 폐기물과 불법 수출 문제까지 벌어지게 됐다.

우선 폐기물 물량을 줄이기 위해 시멘트를 만드는 소성로의 보조연료로 폐비닐 사용을 확대하고, 재활용 제품으로 활용 방안도 찾는다. 폐기물을 재료로 만드는 고형연료의 보급 확대를 위해 품질검사를 고형연료 사용자들에게는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전에는 제조업체만이 아니라 사용자들까지 품질검사를 받도록 하고, 품질 기준을 위반하면 사용을 금지해 규제가 과도하는 지적이 있었다. 기존 소각시설의 허가 용량을 다시 산정하는 등 소각 처리 가능량도 25% 정도 늘리기로 했다.

폐기물 처리 전 과정의 감시도 강화한다. 폐기물 처리 과정을 업체들이 입력하는 ‘올바로 시스템’을 개선해 실제로 폐기물이 얼마나 쌓이고 있는지 살펴보고, 허용 기준을 넘으면 폐기물을 더 받지 못하도록 바꿀 방침이다. 민간에서 처리하던 공사장 생활폐기물에 대해선 지자체가 관리를 강화한다.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폐기물 관리제도를 개편한다. 이전에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업체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 업체가 행정소송을 제기해 시간을 끌며 영업을 지속하는 일이 있었다. 법을 개정해 행정처분이 실제 효력을 가지도록 하고, 처벌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업체들이 폐기물을 쌓는 양에 맞춰 돈을 내는 이행보증금의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을 반영해 더 많은 금액을 쌓도록 할 계획이다. 불법 수출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기존에 수출 신고만 하면 됐던 폐플라스틱 수출 제도는 수출 상대국의 동의를 얻는 ‘허가제’로 바뀐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은 대부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올바로 시스템에 이제까지 입력되지 않던 폐기물 흐름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지자체의 생활폐기물 처리 능력 확보를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가시적 성과에 급급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차분하게 대책을 보완하며 제대로 실행되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번 대책에 따라 불법 폐기물은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고, 불법행위 차단을 위한 제도 개선은 조속히 착수해 현장에서 변화를 느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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