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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총알오징어를 많이 먹으면 오징어 자원이 고갈될 수 있으니 이런 방송은 삼가야 한다." 최근 유튜브에서 이른바 '먹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1인 창작자(이하 유튜버)의 동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먹는 장면을 방송하면 곧 유행이 돼 품절 사태가 벌어질 만큼 영향력이 있는 유튜버가 어린 오징어를 의미하는 '총알오징어'를 먹방의 소재로 삼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인 것이다. '총알오징어 먹방'을 한 다른 유튜버 영상에도 비슷한 댓글이 달렸다. 급기야 총알오징어를 먹으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영상까지 제작되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인기만 좇는 유튜버들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무거운 숙제와 맞닥뜨렸다. 조회수가 '돈'이다보니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으로 독자들을 끌어모으는 행태에 대한 반발심이 커지는 것이다. 영향력이 큰 만큼 자신의 방송에 책임을 다하는 이른바 '클린 유튜버'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폭력적 선정적 영상 두 배 급증 = 2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에 대한 시정요구는 112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의 615건에 비해 두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내용을 보면 법령 위반을 비롯해 불법 식ㆍ의약품, 성매매나 음란한 내용 등에 대한 시정요구가 많았다. 실제로 유튜브에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성희롱과 욕설이 난무하는 방송부터 반라의 인터넷방송인(BJ) 댄스까지 성인 인증 없이 볼 수 있다. '맘충', '꼴페미', '김치녀', '한남충' 등의 혐오 표현을 담은 콘텐츠도 넘쳐난다. 민주당이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정보를 담은 유튜브 채널에 대한 심의을 신청하는 등 '가짜뉴스' 문제도 불거졌다.

문제는 이 같은 콘텐츠들을 제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1분에 400분~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오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를 일일이 확인해 유해 콘텐츠를 가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1인 미디어 감시를 하는 직원은 2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유튜브에는 1분마다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오고 있어 관리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법적인 규제도 여의치 않다. 당장 규제할 법이 없을 뿐더러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향후 법안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낮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소관위에 접수된 상태인 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에서도 유튜버는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로 정리됐다. 1인 방송 사업자의 신고 의무화를 명시했지만 '방송'으로 분류해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유튜버 스스로 자정능력 키워야=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은 유튜버와 시청자들 사이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연 '1인 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는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증가함에 따라 예비 창작자들에 대한 기본소양 교육과 클린 캠페인이 필요하고 유튜버 스스로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한 자정작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1인 미디어 시장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공익 캠페인,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에티켓 관련 문화캠페인 등의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최근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업체 등과 협의를 시작한 상태다.

전문가들도 일방적인 규제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다양항 형태로 접근하되 유튜버 스스로도 영향력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소수의 사업자만이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는 시대가 아닌 상황에서 중앙집중적 규제 방식은 효율적이지 않다"며 "과거에는 법적인 규제 하나였지만 이제는 기술적 규제, 사회적 규제, 자율 규제 등 다양한 방법을 혼합적으로 사용하면서 틀을 잡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이어 "영향력 있는 유튜버는 공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크다고 본다"며 "법적으로 강제되는 개념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에 의해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적인 책무나 윤리에 관한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