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수사 축소 가이드라인도"
金, 선고 후 꼿꼿이 서 자리지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을 마치고 법원 청사 밖으로 나서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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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김태업)는 21일 군형법상 정치관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이 예상되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은 군령(軍令)과 군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국군을 지휘감독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군 수뇌부들과 공모해 부대원들이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는 정치관여 행위를 결과적으로 지시, 관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의 이 같은 범행은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하고, 합리적인 정치 판단과 자유경쟁의 기회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국가기관이 특정 여론을 호도할 목적으로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불법으로 개입한 행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과 공모해 2011~2013년 사이 군 사이버사 부대원들이 당시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댓글을 쓰도록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또 2013~2014년 사이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을 수사하던 국방부 직속 조사본부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고 "대선개입은 없었다"는 사전지침을 내린 혐의(직권남용)도 받는다.
법원은 김 전 장관의 정치관여 혐의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이버사령부는 대통령 옹호나 제주해군기지, 광우병, 한일정보보호협정 등에 대한 대응을 정리한 문건을 1~2개월 단위로 김 전 장관 등에게 보고했고, 문건에는 구체적인 대응 방향과 결과들이 적혀 있었다"며 "김 전 장관은 사이버사령부 부대원들이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는 댓글작전을 실행하고 있는 과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또 "증인들의 진술 등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관련해 대응작전을 지시하거나 구체적인 논리를 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댓글 사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은 당시 백낙종 조사본부장에게 ‘사이버사령부의 조직적인 정치관여 행위가 있었다고 밝혀져 군의 진상이 드러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지시 내지 종용을 해 사실상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장관은 사실상 수사를 축소, 은폐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백 본부장에게 제시했고, 백 본부장은 수사 과정을 김 전 장관에게 상세히 보고하며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실행을 했다"고 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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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 전 장관은 선고 공판 내내 표정 변화 없이 판결을 들었다. 선고가 내려진 뒤에는 기자들을 의식한 듯 꼿꼿이 선 채로 법정 밖을 한동안 나서지 않았다. 또 판결 이후 법정에서는 "북한 사이버(공격) 대응은 어떻게 하느냐", "나라 갖다 바치려고 환장했느냐" 등 일부 김 전 장관 지지자들의 고성이 오갔다.
뒤늦게 법원 밖으로 나선 김 전 장관은 차를 타기 직전 "재판부 판단을 존중하고 항소 여부는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8일 김 전 장관의 결심 공판에서 "헌정사에서 군이 정치에 관여했던 것을 반성하는 차원으로 1987년 민주항쟁 이후 군의 정치적 중립이 명문화됐다"며 "국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해 군의 역사적 과오를 반복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
반면 김 전 장관은 군의 정치 관여는 전혀 몰랐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었다. 김 전 장관은 "사이버사령부가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맞서 대응하는 작전에만 집중하는 것으로만 믿었다"며 "사이버 심리전 부대가 본연의 업무를 넘어서 기소되고 재판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47년 동안 부하 전우들과 함께 나라를 지키는 데 몰두한 제가 행여 정치적 의도나 사심이 있었는지 번민하는 나날을 보냈다. 오랜 기간 사회적 문제가 된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책임은 종국적으로 장관에게 있다"며 "지나친 과욕으로 인한 위법 행위가 있었다면 책임은 제게 있으니 부하들만은 선처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 [포토]'軍댓글공작' 김관진 징역2년6월…법정구속은 면해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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