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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북미정상회담 D-6] 北 “재해·제재에 식량난”…국제사회 호소 ‘장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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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문턱 낮추기 포석인듯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6일 앞두고 북한이 제재완화 요구를 위한 ‘장외전’을 벌이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자연재해와 제재 때문에 사정이 악화했다’며 유엔 등 국제사회에 긴급식량 지원을 요청하는 메모가 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다른 나라 고위 관료 입을 빌려 대북제재 해제의 당위성도 강조하고 있다.

김송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최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주민들을 충분히 먹일 식량이 부족하며, 이는 자연재해와 농기구 반입을 어렵게 하는 대북제재 때문이라고 미국 NBC가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NBC가 입수한 이 메모엔 북한 식량 사정 악화의 원인이 재해보다는 ‘국제 제재 때문’이라는 내용이 갑절 가까이 많은 비중으로 언급됐다. 미국과 유엔 등의 경제 제재 완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우회적으로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모는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는 유엔 기구의 식량 원조가 극도로 정치화돼 있다는 점, 그리고 국제 제재가 얼마나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지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명시했다. NBC는 김 대사가 쓴 것으로 보이는 이 메모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전하면서도, 북한이 식량난의 핵심 원인은 ‘제재’임을 세게 강조한 점에 주목했다.

북한의 최근 식량 사정은 이번 메모 뿐 아니라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지난 11일 ‘2019 북한의 인도주의 필요와 우선순위’ 보고서에서 “북한 총인구 43%인 1090만명이 만성적인 식량불안과 영양결핍을 겪고 있다”고 했다. 대북소식통은 “북한은 향후 2∼3년 간 필요한 물자를 비축해놨지만, 그 이후를 확신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같은 메모가 공개된 사실에 의구심을 내비쳤다. 회담 테이블 밖에서부터 ‘제재로 인한 식량난’을 호소하며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협상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교수는 “북한이 아무런 계획없이 이런 행동에 나설 리 없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이 미국의 대북제재 철회를 강하게 밀어붙일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한국ㆍ중국ㆍ러시아가 미국에 대북제재 ‘문턱 낮추기’를 설득하고 있기에, 상황이 북한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미 테리 미 중앙정보국(CIA) 전 분석관도 이번 일을 두고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일환이라며 NBC에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제재 완화”라고 했다. 그는 “회담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그게 말이 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같은 전략은 인접국 고위 관료를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20일 기자들에게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을 경제적으로 고무하는 것이 적절하다.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제재 일부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제재 해제를 거듭 강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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