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12월 19일 ‘2차 수도권 주택공급계획’을 통해 15만5000호에 달하는 대규모 및 중소규모 택지를 발표한 바 있다. 대상지는 모두 41곳에 이르지만 세인들의 관심은 4개의 대규모 택지에 집중됐고, 이는 소위 3기 신도시로 불리고 있다.
서울과 근접해 있고 여의도 면적의 8배에 달하는 큰 규모니 만큼 교통의 접근성과 일자리를 위한 자족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는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에서 비교적 먼 거리에 입지한 2기 신도시들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3기 신도시의 개발은 시기상조며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고, 신개발로 인해 기성 도시 내부의 토지이용과 재생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의견들에는 나름의 합당한 근거와 염려에 기반한 것이기에 모두 소중히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을 것이다. 또한 1ㆍ2기 신도시가 3기 신도시와 유사한 목적으로 추진됐고 나름은 동 시대를 대표하는 도시 모델로 자리매김하였지만, 도시개발 및 성숙과정에서 나타났던 많은 문제들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3기 신도시가 공감을 얻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주택공급의 장을 넘어 도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 3기 신도시는 과거의 연장과 답습이 아닌 새로운 시작과 출발이 돼야 하며, 개발연대의 상징적 성과물이 아닌 새로운 시대적 가치와 정신을 담은 도시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3기 신도시는 자족기능 및 생활인프라 부족 등 기존 신도시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극복하고 인구ㆍ사회 변화에 따른 개발패러다임 및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미래지향적 도시개발 개념을 구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3기 신도시는 특히 포용의 도시, 자족의 도시, 스마트한 미래도시에 더 큰 지향점을 두었으면 한다.
먼저 3기 신도시는 누구에게나 열린 포용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 특권적이고 차별적 배타성을 내포한 명품도시와는 달라야 한다. 2016년 에콰도르 키토에서 열린 유엔해비타트 총회에서는 ‘새로운 도시의제’(New Urban Agenda)를 선언했는데, 특히 포용성을 핵심가치로 ‘모두를 위한 도시’를 핵심주제로 삼았다. 이는 토지와 주거 등 도시가 갖는 자원의 배분에 있어 공간적 정의를 추구하고, 도시계획 등 의사결정에 있어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포용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며, 사회적 약자와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사회ㆍ경제ㆍ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주거문제로 벌어지는 계층ㆍ세대ㆍ지역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치솟는 주거비로 도시민의 삶은 팍팍해져만 간다. 지역민의 반대로 공공임대주거의 설 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앞으로 포용성 측면에서 기존의 정책과 계획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해 3기 신도시를 모두를 위한 포용적 도시로, 국제적 의제를 실천하는 모델도시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자족성을 확보해 충분한 일자리를 갖는 신도시로 만들어 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정책발표 시 신도시의 핵심 개발방향의 하나가 ‘일자리를 만드는 도시’이며 기존보다 2배 이상의 지원시설용지를 확보하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미래산업의 입지 등 자족기능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베드타운의 신도시가 아닌 지속가능한 경제기반을 갖는 자족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신도시들 모두 자족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이 매우 지난했음을 알 수 있다. 3기 신도시의 성패가 자족적 도시가 될 수 있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간을 만든다고 기업이 오는 것이 아닌 만큼 기존의 사례들을 잘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판교와 광교의 테크노벨리 등 나름은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사례들도 안착되기까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저렴한 토지공급, 우수한 입지와 생활환경 등에 기인했음을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3기 신도시의 입지는 서울과 인접하고 고속광역교통망이 연결되는 등 여건이 매우 뛰어나다. 남은 과제는 서울의 기업들이 이전할 여건과 창업의 기반을 어떻게 조성할지를 고민하는 것과 차별화된 기업유치 전략과 노력이라 할 것이다.
3기 신도시는 100년을 지향하는 미래도시로서 스마트한 도시인프라와 생활서비스를 갖춰야 한다. 다만 물리적 인프라를 조급히 만들려 해서는 안된다.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매몰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의 발전과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기술과 미래의 삶에 필요한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과 스마트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 또 생활공간이 스마트 라이프 실험의 장이 되도록 시민참여를 기반으로 한 생활형 스마트 도시와 주거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3기 신도시는 조만간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건설을 시작할 것이다. 다가올 미래사회에 맞는 새로운 도시비전과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하고, 정부ㆍ지자체ㆍ시민과 사업시행자 등 다양한 주체들 간의 긴밀한 협력과 노력이 바탕이 될 때 성공한 도시모델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윤정중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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