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과함께공동행동이 19일 루렌도씨 가족의 입국 허가와 체류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난민과함께공동행동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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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인천국제공항에서 56일째 노숙하고 있는 앙골라 국적 루렌도씨 가족을 두고 난민 문제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난민 인정에 찬성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쪽이 맞불 기자회견을 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루렌도씨와 부인, 자녀 등 가족 6명은 지난해 12월28일 관광비자로 한국에 도착한 후 오늘(21일)까지 56일째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편의시설 부근에서 체류하고 있다. 애초 콩고 출신인 루렌도씨는 앙골라 정부의 콩고 이주민 추방 과정에서 위협을 느껴 한국행을 결심했다.
루렌도씨는 한국에 도착해 난민신청을 할 수 있는지 심사하는 '난민인정회부' 심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심사에 회부하지 않기로 하는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이들이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7호에 명시된 '그 밖에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19일 인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루렌도씨 가족은 '공항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공항을 나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입국허가와 체류 보장을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또 "현재 루렌도 가족은 불회부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지만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가족들이 계속 인천공항에 갇혀 지내야 해 아이들의 건강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루렌도씨의 부인과 자녀들의 건강상태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 앞에서 루렌도씨 가족의 추방을 요구하며 난민대책 국민행동 회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난민대책 국민행동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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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난민 반대 단체들도 루렌도씨의 불법 공항 체류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난민신청심사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기본 요건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불회부 결정에 따른 송환지시를 거부하고, 일반 승객들이 다니는 면세구역에 체류하며 한국의 출입국관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이유다. 난민대책 국민행동ㆍ국민을 위한 대안ㆍ자국민보호 국민행동 등 3개 단체는 오는 25일 인천공항에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임채주 난민대책 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은 "송환지시를 거부하는 이들에 대해 법무부가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난민 인정 문제를 놓고 벌어진 논란은 지난해 예멘인 500여명이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심사를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최종적으로 2명에게만 난민 지위가 부여됐고, 412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는 것으로 결론났지만, 이 과정에서 격한 사회적 충돌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난민법 폐지 청원에는 71만명이 동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직접 답변하기도 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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