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9 (화)

12년 새 사망 35명 중 29명 하청…현대제철은 왜 외주노동자 ‘무덤’됐나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근 인권위에 “현대제철 당진공장 원-하청 차별 심각” 시정 권고 받아

12년 새 노동자 35명 사망한 ‘죽음의 공장’…희생자 중 29명은 비정규직

노동계 “김용균 사고와 닮은꼴” “사고 경위 파악에 노조 참여해야”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일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 이아무개(51)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노동자들에게 ‘죽음의 공장’으로 불린다. 이 공장에서만 지난 12년 사이 35명의 노동자가 각종 사고로 숨졌다.

앞서, 지난 20일 오후 5시29분께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공장 철광석 트랜스퍼 타워(환승탑) 2번 컨베이어벨트에서 이아무개(51)씨가 구동축(풀리)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 3명과 함께 구동축에 씌워진 고무 교체 작업에 투입된 이씨는 이날 오후 5시께 볼트를 가져오겠다며 30여m 떨어진 공구실로 향한 뒤 연락이 끊겼다. 충남 당진경찰서는 이씨가 왜 작업 현장에서 공구실로 가는 동선 반대편 2번 컨베이어벨트에서 변을 당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회사 대표와 안전관리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07년부터 12년 사이 산업 재해로 35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계약직과 하청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29명이나 됐다. 노동계에서 ‘죽음의 공장’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2016년 11월28일엔 이 공장의 환승탑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던 노동자 한아무개씨가 기계에 끼어 숨졌고, 2010년 5월에도 같은 환승탑에서 장비를 점검하던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2013년 5월에도 당진공장 하청업체에서 아르곤 가스 질식사고로 5명이 목숨을 잃었고, 2017년 12월13일에는 27살의 청년 노동자 주아무개씨가 공장의 A지구 열연공장에서 정비작업을 하다가 기계설비에 끼어 목숨을 잃기도 했다. 2017년 사고 발생 현장에는 비상정지 스위치, 안전센서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었다. 버튼 하나만 있어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현대제철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돈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원-하청노동자 간 차별이 심한 사업장’이라고 지적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23일 인권위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사내 하청 노동자와 원청 노동자 간 급여와 복리후생에 차별이 심하다며 시정 권고를 했다.

인권위의 결정문을 보면,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노동자들과 같은 목욕장을 사용하고도 탈의실은 따로 사용하도록 해 탈의실 비품도 원청회사에서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하청업체가 탈의실 비품을 제공해, 하청 노동자들은 도어락이 아닌 열쇠로 된 사물함을 이용하는 등 차별을 받았다. 공장은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공장으로 차를 끌고 오지도 못하게 했다.

공장은 급여와 복리후생비를 지급할 때도 하청 노동자들을 차별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하청 노동자의 평균 급여는 원청 노동자의 60% 수준에 불과했으며 자녀 교육비도 원청 노동자들은 취학 전부터 대학 등록금까지 지원을 받는 데 견주어 하청 노동자는 자녀의 취학 전 아동 교육비만 지원받았다. 명절 귀향비, 체력단련비, 경조비 등의 지급 기준에서도 하청 노동자들은 차별을 받았다. 의료비의 경우 원청 노동자는 본인과 그 가족의 입원 및 외래진료비 중 본인부담금 부분을 지원받는 반면 하청 노동자는 건강진단 비용만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사망한 외주직원 업체인 이씨가 ‘안전 차별’을 받은 것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사고가 난 공장이 이처럼 하청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곳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계는 이번 사고도 ‘위험의 외주화’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 사고라고 비판했다. 홍승완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지난해 서부발전이라고 하는 공기업에서 김용균씨가 사망한 이후 올해는 현대제철이라는 민간 대기업에서 똑같은 사망사고가 일어났다”며 “2인1조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 사고 경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노조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망 전 이씨가 안전장비를 제대로 착용한 상태로 일을 한 건지 밝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 이아무개씨는 이번 사고가 “김용균님 사고와 닮은꼴”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사고가 난 컨베이어벨트는 속도도 빠르고, 넓이도 2m가 넘어 규모도 크다. 공장의 소음과 분진도 심해 혼자서 일을 하면 위험한 곳”이라며 “2016년 현대제철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다 사망한 사고로 2인1조 규정이 생겼는데, 철저하게 지켜진 건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장 안에 안전관리자들이 작업하는 곳을 들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전이 제대로 지켜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번 고 김용균씨 사고 때도 컨베이어벨트를 멈추는 풀코드라는 안전센서가 선이 느슨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풀코드를 눌러 줄 사람도 없어서 문제가 됐는데, 이번에도 풀코드가 제대로 작동됐는지 명확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재범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장도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사고 때마다 특별근로감독을 했는데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 쪽이 위험 요인들을 제대로 보완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계속 목숨을 잃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당진공장 쪽은 “그동안 밀폐공간 안전 강화를 위해 가스검지기를 1인 1대 지급했고, 고위험 밀폐공간 작업 때는 안전관리자가 별도 관리 등 안전 조처를 강화해왔다”고 해명했다.

오연서 이유진, 당진/송인걸 기자 loveletter@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