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직격탄…실업급여코너 북적
젊은층 실업률도 심각…공무원 집중
북적이고 있는 서울고용노동청 4층 실업급여 설명회장 앞.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9일 오전 10시 40분께 을지로 장교빌딩에 위치한 서울고용노동청. 검은색 외투를 두르고 모자를 쓴 사람들이 황급하게 4층 사무실에 입장했다. 4층에는 30여명의 구직자가 모였다. 이들은 주로 중년의 남성과 여성이다. 인파 중간중간에는 20~30대 참가자들도 껴 있지만 소수였다.
“오전 11시 실업수당 교육받으러 오신 분들 입장하시겠습니다.”
직원의 말이 끝나자 참가자들이 사무실 가운데 위치한 ‘실업급여 설명회장’ 앞으로 모였다. 사람들 손에는 ‘취업성공패키지’라고 쓰인 두꺼운 수첩이 하나씩 들려 있다. 손에 들린 수첩과 신분증 등을 확인하고 입장하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날 참가한 김은진(55) 씨는 “내가 나이가 들다보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경기가 체감될 정도로 많이 둔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의 중년 남성은 “날씨가 많이 춥지만 교육을 듣지 않으면 굶는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장에 나온 이들은 대부분 최근까지 일을 하다 실직을 하게된 사람들이다. 경기둔화와 그 결과로 나타난 일자리 감소 직격탄을 그대로 맞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서비스업 고용 시장은 경기둔화에 취약하다. 최근 경기 둔화의 원인중 하나는 내수시장 부진인데, 내수시장이 부진 할 경우 일선 서비스업체들은 가장 먼저 인건비를 줄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 1월 서울 지역 서비스 종사자 수는 51만명, 1년 전보다 3만6000명 감소했다. 2015년 12월 전년 대비 4만3000명 감소한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는 50~60대 연령을 실직자로 내몰고 있다. 운전이나 식당일 등 서비스직 일자리는 이들 중년 계층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고용 둔화 탓에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불에 기름을 붙는 격이 됐다. 아현동에 위치한 모 파출부 알선 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까지 오르면서, 65세 이상 파출부는 아예 쓰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건 집들도 나왔다”면서 “비싼 돈을 주고 나이든 사람들을 왜 쓰겠냐. 65세 이상 분들은 구청이나 고용청을 찾아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장 구직자들 역시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다. 노사발전재단이 운영하는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에서 만난 조모(65) 씨는 “30년 일하며 들어둔 퇴직연금이 있기 때문에 일자리 물색하며 기다릴 여유라도 있지, 그렇지 못한 주위 사람들은 어디서 푼돈 주는 노인택배라도 찾기 위해 발버둥 친다”고 말했다. 노모(64) 씨도 “일자리지원센터에 늦게오면 컴퓨터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꽉 찬다”고 했다.
젊은층은 공무원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현 정부가 공적 부문 채용 인원을 늘리겠다고 나서자 공무원 시장으로 몰려드는 젊은 층이 더 늘어난 것이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이병수(29) 씨는 “주위 직장인들 중에서 ‘나도 관두고 공무원이나 준비할까’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면서 “올해 채용이 많다고 하니까, 올해안에 성과를 내자는 게 목표”리고 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7급ㆍ9급 공개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김정훈(30) 씨는 “매일같은 야근과 그 이후 시작되는 회식 탓에 직장생활은 험난한 일의 연속이었다”면서 “설사 지방에서 생활하게 되더라고, 내시간을 찾을 수 있는 공무원이 적절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9급 국가직 공무원 공개채용에는 20만2978명의 응시자가 몰렸다. 평균 최종 합격률은 5%도 안되지만 지원자들은 여러 곳에 동시 지원하는 방식으로 합격 확률을 높이려 애쓰고 있다. 올해 9급 국가직 공무원 채용 원서 접수는 지난 20일부터 시작됐다. 올해는 더 많은 응시생이 시험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우ㆍ김유진 기자/zzz@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