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이 심각하자 올해 2월 각 대학 졸업식 풍경도 썰렁하다. 한 대학교 학과 사무실에는 찾아가지 않은 졸업장들이 쌓여있다. 사무실 관계자는 “학과 사무실엔 지난해 찾아가지 않은 졸업장이 쌓여 있다. 취업 못한 사람이 졸업식 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졸업식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구 소재 A 대학의 학과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 대학 학생 김현영(23ㆍ가명)씨는 취업 얘기가 나오자 한숨부터 쏟아냈다. 김 씨는 “취업이 안돼 힘들어하는 선배들 얘기를 들으면 슬프다. 청년 취업난이 이제서야 피부로 느껴진다”고 했다.
통계청은 지난 1월 실업률이 4.5%라고 밝혔다. 19년 만에 최악의 수치다. 고용한파는 청년, 그 중에서도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그대로 덮치고 있다.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는 4년제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중 8명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19일 찾은 서울 소재 한 대학 연구관 앞에 걸린 현수막에는 “2018년 2학기 선배님들의 취업을 축하한다”고 쓰여 있다. 현수막 하단에는 총 18명의 ’취업 합격생’의 이름이 적혀 있고 명단에는 10년전에 대학에 입학한 08, 09 학번 등 고학번들의 이름이 다수 보였다. 취업이 축하를 해줘야할만큼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경제학과 이정민(26ㆍ가명) 씨도 올해 2월 졸업 대상자이지만 졸업을 유예했다. 이 씨는 “보통 취업 때문에 휴학을 많이해서 졸업안한 동기들이 많다”면서 “졸업생 중에는 취업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영어로는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한 이 씨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올해 봄학기까지만 더 다녀볼 생각이라고 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북구 소재 B 학교에 다니는 김현경(23ㆍ가명)씨 역시 졸업을 미뤘다. 2년 뒤인 2021년 취업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다행히 인턴에 합격, 이력서에 한 줄을 더 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김 씨는 “교육출판 쪽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인턴을 해야 취업에 유리하다 생각해 하게 됐다”며 “나의 일이 된 상황에서 취업률이 낮다는 보도를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높은 실업률과 깜깜한 취업시장 뿐만이 아니다. 자신들에 대한 주변의 과도한 관심도 버텨내야 하는 것 중 하나다. 한 대학생은 “올해 설 명절 때 차례만 지내고 집밖으로 나갔다. 어디 지원할 것이냐고 친척들이 물어보는데 부담되더라”고 했다. B 대학교의 안성민(27ㆍ가명) 씨는 “취업 못한 사람들은 루저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고 불편하다. 집에서는 기다려 준다고 하는데,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아 집에서 더 기다리게 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병국ㆍ성기윤 기자/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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