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엔(UN)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는 2019년 경제성장률 1위를 인도, 2위 남수단, 3위 방글라데시로 꼽았다. 13억 인구의 인도가 최근 눈부신 경제 발전을 거듭하고 있음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2위인 남수단은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친 고(故) 이태석 신부를 통해 우리에게 더욱 알려진 나라인데 인구 1300만명, 국내총생산(GDP) 규모로는 세계 157위인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국가다. 그렇다면 3위인 방글라데시는 어떻게 볼 것인가.
최빈국, 매년 반복되는 홍수 피해, 세계 최고의 인구 밀도 등 우리에게는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런데 방글라데시가 깨어나고 있다. 대국 인도에 인접해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남한 면적의 1.5배에 인구가 1억7000만명이다. 이웃나라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까지 합쳐야 이 정도 인구다.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 후 거의 40년 동안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를 넘지 못한 가난한 나라였다. 4번의 쿠데타, 2명의 국가원수 암살 등 정치적 불안이 그 원인이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는 최근 눈부신 경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8년 동안 한 해도 쉬지 않고 6% 이상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 7.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GDP 규모 전 세계 46위로, 베트남(48위)을 넘어섰다.
한 달 전, 총선이 치러졌다. 모두가 숨죽여 그 결과를 지켜봤다. 그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살아온 원인이 정치 불안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집권한 현 여당이 전체 의석 300석 중 288석을 석권했다. 선거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한 달이 지난 지금 방글라데시는 차츰 안정을 찾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총선 이슈로 인해 기업들의 신규 투자는 줄어들고 경제활동도 그리 활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8%의 경제 성장을 기록했으니 앞으로 5년 동안 정치적인 안정 속에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지 기대된다. 10% 이상, 즉 두 자릿수 성장이 기대된다. 이런 기회의 땅 방글라데시에 우리 기업들도 하나 둘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 기업들은 주로 섬유, 봉제 분야에 집중 투자해 방글라데시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의류 수출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척박한 땅에 섬유 산업의 씨를 뿌리고 산파의 역할을 한 나라가 한국이다. 현재 방글라데시 수출의 80%가 섬유 제품일 정도이니 그야말로 효자 산업을 키워 준 셈이다. 대표적으로 영원무역은 종업원 6만명을 고용해 노스페이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고가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으며, 여의도 3배 규모의 300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부지에 한국 수출 가공공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는 섬유 산업의 약진과 소득 증대에 따른 내수시장의 활성화, 인프라 프로젝트 개발, 산업 다각화 등에 힘입어 비즈니스 기회가 넘쳐나고 있다. 우리 기업은 기존의 섬유, 봉제 분야에서 이제는 전기, 전자, 건설. 엔지니어링, 에너지, 발전 분야와 더 나아가 식ㆍ음료 프랜차이즈 분야에까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지 가전 제조 업체인 월튼사는 중동, 아프리카 시장 수출에 이어 유럽시장까지 공략할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완제품 수입에만 의존하던 삼성, LG의 현지 파트너사도 최근 가전 제품을 현지에서 조립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한 포스코대우, 수출입은행 등 대기업 및 유관기관에서는 지난해부터 방글라데시를 해외 진출 핵심 국가로 선정해 자원을 집중하고 있으며 현대건설의 신규 진출과 더불어 건설, 엔지니어링 기업들도 속속 집결하고 있다.
가난했던 나라 방글라데시, 결코 녹록지 않았던 역사와 시련을 겪었기에 아직도 하루하루의 삶은 고단하고 힘들다. 그래도 아침이면 1억7000만명이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몸을 던지며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에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기회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종원 다카무역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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