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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탁류청론] 차등의결권, 벤처기업 '데스벨리' 통과 위한 생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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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근 정부와 여당은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차등의결권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온통 기업과 대주주에 대한 규제만 쏟아지던 상황에서 나온 반가운 소식이지만,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공식 반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도입 반대입장의 주요 주장에 대해 살펴본다.


첫 번째 반대 논리는 현재도 상법상 종류주식 제도가 있는데 기업이 그것조차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종류주식은 '무의결권 우선주'를 지칭한다. 즉, 대주주는 의결권 주식만 가지고, 다른 주주들은 무의결권 주식을 보유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주주가 아닌 일반주주의 선택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우선주에 대해 특출난 배당을 실시하는 등 아주 매력적인 조건이 아니면 활성화될 수 없는 수단이다.


반면 차등의결권 주식은 상장 결정권을 지닌 대주주에게 매력적이다. 상장은 자본을 조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공격을 해 올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된다. 이때 강력한 방패가 바로 차등의결권 주식이다. 이 점은 이미 2014년 알리바바의 나스닥 상장을 통해 확인됐으며 버크셔 해서웨이, 구글, 페이스북 등 이름만 대면 아는 많은 기업들이 동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자본 조달이 필요한 벤처기업에게는 데스밸리를 통과할 수 있는 통행증 역할을 하기도 한다. 벤처기업의 9할 이상이 죽음의 계곡에서 말라 죽는다. 차등의결권 주식이 있으면 마음 놓고 자본도 조달하고 경영권도 지킬 수 있다.


두 번째 반대 주장은 경영권 보장이 기업 성장과 고용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의견은 다르다. 차등의결권 주식은 확실한 경영권 방어 장치다. 차등 배수가 높을수록 효과는 강력해진다. 그 만큼 대주주는 경영에 집중할 수 있다. 경영에 집중할 경우 기업 성장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성장은 고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경영권이 공격 받는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이 생긴 기업의 경우다. 이런 기업에서는 핵심 임직원들이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동원된다. 시간과 인력이 본업이 아닌 전쟁에 동원되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세 번째는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상장할 때 일반적으로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도입하는 경우가 예외적이라는 주장이다. 과거는 그러했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해 상장하는 것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지난 2년간 스냅(Snap), 로쿠(Roku), 드롭박스(Dropbox)를 비롯한 13개의 회사가 그 예다.


마지막은 차등의결권 도입이 결국 상법 개정을 통해 확대 적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과거 삼성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이며 이 점이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결정적 이유일 것이다.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으니 원천이 무엇이든 차단하겠다는 오기다.


벤처기업인에 있어 차등의결권은 경영권을 지키면서 데스밸리를 통과할 때 꼭 필요한 생존 아이템이다. 벤처기업인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논쟁이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 ·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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