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수십대 트럭으로 1천여 여성·아동 빠져나와
IS는 소개 대가로 식량 공급받아…보급 바닥난 신호
유혈시가전 우려되나, 투항 합의 타결 소식도
IS 포로 논란 계속…미·영, 자국 출신 시민권 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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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주의 국경 마을 바구즈. 이슬람국가(IS)의 마지막 영역으로 이라크와 접경한 이 마을에서 트럭 15대가 검은 포연을 뒤로 하고 줄지어 빠져나왔다. 트럭 행렬은 곧 바구즈를 포위한 시리아민주군(SDF)의 검문을 받았다.
시리아민주군은 여성과 아동이 대부분인 탑승자들 사이에서 얼굴과 몸을 가린 남성들을 확인했다. 여성과 아동들 사이에 숨어든 이슬람국가 전투원들은 대부분 부상자들이었다. 한 남성은 무릎에 알루미늄 목발을 대고 있었다. 시리아민주군 병사들은 이들을 체포했다.
약 50대의 트럭이 동원된 이날 소개 작전을 비롯해 최근 2주 동안 바구즈에서 2천여명이 빠져나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민간인 소개 작전은 이슬람국가의 물리적 영역을 일소하려는 전쟁이 마침내 끝내기 수순에 들어갔음을 알리는 신호다. 시리아민주군은 이번주 들어 바구즈에서 버티는 이슬람국가 전투원들에게 식량을 공급해주는 대신 여성과 아동 등 민간인을 소개시키도록 했다. 이는 이슬람국가의 마지막 전투원들이 보급이 바닥날 정도로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이날 민간인 소개는 마지막 작전을 위한 정지 작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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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민주군의 아드난 아프린 사령관은 “오늘 약 1천명이 구조됐다”며 “우리로서는 아주 놀랍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스타파 발리 시리아민주군 대변인은 19일 바구즈에 있는 이슬람국가 대원들이 항복을 거부한다면 이들을 축출하고 바구즈를 탈환할 마지막 작전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구즈에 이슬람국가 전투원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잔류한 이들은 끝까지 항전할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잔류한 이슬람국가 전투원들은 시리아-이라크 국경 양쪽에 4개 부대로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남은 여성과 아동들이 인간방패로 사용될 우려도 있다. 바구즈에는 터널이 파여져 있고, 사제 폭발물과 자살폭탄 차량 등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가 시작되면 치열한 시가전이 우려된다.
시리아민주군이나 이슬람국가 사이에 일종의 ‘투항 합의’가 타결됐다는 소식도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협상이 타결됐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이슬람국가 전투원들이 모두 대피해 시리아민주군이 바구즈에 무혈 입성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바구즈에서 이미 탈출했거나 다른 지역에 산개해 있던 이슬람국가 잔당은 반군 세력이 장악한 시리아 서북부 이들리브주나 중앙정부의 통제가 약한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로 도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구즈에서 소개된 이들은 이곳에서 북쪽으로 320㎞ 떨어진 알하울 수용소 등으로 이송된다. 알하울 수용소에는 이미 4만여명가량이 수용된 상태이다. 시리아민주군은 체포한 이슬람국가 전투원과 그 가족들을 장기간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수용자들의 본국에서 데려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리아나 이라크 정부가 이들을 데려갈 능력이 없는 데다, 서구 국가들도 자국 출신자들의 귀환을 거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일 자국 출신 이슬람국가 대원인 샤미마 베굼(19)의 시민권을 박탈했다. 베굼은 영국으로 귀국을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은 귀국을 반대하다가, 이날 그가 방글라데시 국적도 지녔다는 이유를 대며 영국 시민권을 취소했다.
유럽 국가들에게 자국 출신 이슬람국가 대원들을 송환해 재판하라고 촉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미국 출신 이슬람국가 대원 호다 무타나의 귀국을 금지하라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무타나가 더는 미국 시민이 아니며, 입국이 허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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