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격차 5.47배 벌어져
불경기·최저임금 인상에 저소득층 일자리 잃어…월소득 6년전 회귀
서울 종로구의 한 상가에 폐업 후 새 주인을 찾는 임대문의 안내가 붙어 있다. © News1 오장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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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한재준 기자,양재상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 소득 상·하위 계층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동분기 기준 가장 큰 격차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참사' 여파가 임시·일용직 등 취약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면서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연금 등 공적이전 소득은 증가했지만 근로소득의 빈 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7배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동분기 기준) 가장 컸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분배가 악화한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만82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7.7%나 줄어들며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근로소득 감소가 가장 두드러졌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43만500원으로 2017년 4분기보다 무려 36.8% 줄어들었다. 근로소득 역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된 데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임시직 근로자들이 일할 곳을 잃으면서 저소득층 소득이 2012년(127만1000원) 수준으로 후퇴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상용직은 대폭 증가했지만 취약 일자리인 임시직 근로자는 17만여명 줄었다.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는 정부의 설명 뒤에서 저소득층은 고용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취업자 수를 보면 1분위 가구는 평균 0.64명으로 전년 동분기(0.81명)보다 감소했다.
월소득이 급감하다 보니 소비나 저축에 사용할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도 월 98만8200원으로 19.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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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위 가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4분기 기준 2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77만3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4.8% 줄었다.
2분위 가구는 근로소득은 소폭 증가했지만 사업소득과 재산소득이 전년 동분기 대비 각각 18.7%, 43.8% 감소했다. 2분위에서는 자영업자 폐업이 늘어난 영향이 전반적인 소득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기준 2분위 가구의 자영업자 비중은 24.4%였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19.3%로 5%포인트(p)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시에 2분위 가구 중 무직 가구 비중은 17.3%에서 19.2%로 늘어났다.
반면 고소득 가구의 소득은 더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 4분위 가구와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각각 557만29000원, 932만43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4.8%, 10.4% 증가했다. 5분위 가구의 재산소득이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문의 소득이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이 소득격차를 더 벌린 셈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 아동수당, 기초연금 인상 등으로 공적 이전소득이 늘긴 했지만 모든 계층이 혜택을 받은 데다가 근로소득을 대체하기에도 부족했다.
지난해 4분기 분위별 공적 이전소득 금액을 보면 1분위 가구는 월평균 44만2600원, 2분위 가구는 43만8500원이었다. 3~5분위 가구도 각각 31만9700원, 25만8200원, 30만3900원을 연금 등으로 받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경제 상황이 안 좋은 데다가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이 고용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이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근로소득 감소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임금을 올리니 고용을 덜 할 테고 쓰던 사람도 안 쓰게 되면서 소득이 줄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적 측면에서 보면 경기 악화로 저소득층 근로자의 해고가 잦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인력 감축은 비정규직 등 취약 일자리부터 이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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