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5년 동안 4차 산업혁명 핵심 동력인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경제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데이터·AI 융합 촉진을 위해 지난해 마련한 혁신 성장 전략에 대한 5개년 로드맵 전략이다. 계획을 통해 2023년까지 국내 데이터 시장을 30조원 규모로 키우고 AI 분야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규모) 10개를 육성하며, 전문 인력 1만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다. 올해 약 1조원, 5년 동안 7조7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든다. 빅데이터센터 100곳과 데이터가 결합해 유통되고,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 10개를 구축한다. 올해 743억원이 투입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사업이 추진된다. 올해 새로 이름을 바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서도 5개년 기술 로드맵 총괄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관리 전문기관 효율화' 방침에 따라 한국연구재단 부설기관으로 통합 운영된다. 유관 분야 연계·협력을 강화하고, 상이한 연구개발(R&D) 관리 체계를 개편, 연구자 중심 R&D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국내 AI 규모는 9조1000억달러에서 5년 후 약 19조1000억달러로 2배 이상 성장이 전망된다. 정보기술(IT)뿐만 아니라 자동차·제조 등 전 산업 분야로 확산돼 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심층 질의 응답, 자율로봇, 지능형 가상 비서 등이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 계획이 좋은 성과를 맺으려면 효과 높은 추진과 점검이 필요하다. 목적과 다르게 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문제가 되는 것은 관련 규정 미비 또는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예산 남용과 전용 등이다. 지난해 관심을 불러일으킨 권역외상센터 실태나 태안화력발전소 인명 사고는 좋은 본보기다.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산업 생태계 내 스타트업 위상이나 역할이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에 핵심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한다. 기술은 갖췄지만 인력, 자금, 경험 등 부족으로 비즈니스·마케팅 역량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정부 직접 지원과 함께 벤처캐피털 등 전문 투자 기업 활성화도 필요하다.
AI 기술 성패는 가용 데이터 양과 질에 달렸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 축적 및 유지·보수 지속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단계별 비즈니스까지 가능하도록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홍보해야 한다. 데이터 정의와 범위를 정하고, 공개와 공유를 추진하며, 데이터 활용을 위한 표준화 작업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데이터 신뢰성과 안전성이 보장되려면 이를 관리하는 전문 기관이나 규범도 필요하다.
정부 R&D 과제 선정은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고, 가능한 분야를 집중 개발해야 한다. 특히 AI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면 시장에서 의미가 없기 때문에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폐쇄성 짙은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 우수 기술을 보유한 국가와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평가 모델 설정 시 정형화된 평가보다는 심사 주기를 신축 적용해서 빠르게 피드백하는 것이 중요하다. R&D 과제 평가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는 체계를 갖춘 평가위원 선정과 관리가 필요하다. 부족한 전문 인력은 정부 차원에서 집중 양성한다. 관련 제도 정비와 부적절한 규제를 줄여야 한다.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우리나라가 데이터와 AI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을 갖추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면서 “특히 규제 샌드박스 시행은 데이터와 AI 기반 신기술·신제품에 대한 시장 검증 및 출시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과 함께 R&D의 꿈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꿈은 이뤄진다. 그러나 꿈의 실현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최명선 전 KAIST 교수 sun21@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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