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희 초전섬유퀼트박물관장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1912∼1989) 유품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데 기여한 김순희 초전섬유퀼트박물관장이 21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이화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중구 충무로에 제일편물을 개설해 경영하면서 우리나라 전통 섬유와 편물(編物)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국제기능올림픽 한국위원회 편물직종장 기술위원과 심사위원을 지냈고, 한국편물문화협회장으로도 활동했다.
1998년 중구 남산 기슭에 국내 최초의 섬유예술박물관인 초전섬유퀼트박물관을 설립하고, 2000년에는 노동부가 선정한 편물명장 1호가 됐다. 이듬해에는 사단법인 한국섬유·퀼트문화협회를 만들었다.
고인은 2015년 6월 아동용 당의(唐衣)와 스란치마, 아동용 저고리와 바지, 아동용 속바지, 어른용 반회장(半回裝) 저고리와 치마 등 덕혜옹주 유품 7점이 귀환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섬유와 편물을 매개로 외국과 교류한 그는 일본 복장 연구·교육기관인 '문화학원'(文化學園)과 50년 넘게 인연을 이어왔고,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문화학원 복식박물관이 소장한 덕혜옹주 유품을 한국에 기증하도록 설득했다.
고종의 고명딸인 덕혜옹주는 소 다케유키(宗武志)와 결혼한 뒤 정신질환을 앓아 이혼했고, 남편이 보관하던 덕혜옹주 유품은 영친왕을 거쳐 문화학원에 들어왔다.
고인은 2012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덕혜옹주'에 문화학원 소장품이 대여 형태로 공개되도록 한 데 이어 기증까지 끌어냈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12월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고인은 기증 유물에 대해 "덕혜옹주가 결혼할 때 (일본으로) 보냈던 것들인데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것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개한 것"이라며 "덕혜옹주와의 첫 만남 이후 오랫동안 마음 한편에 자리했던 짐을 던 것 같다"고 당시의 소감을 밝혔다.
고인은 박물관 누리집에서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는 조각천을 이어 상보나 보자기를 만들던 어머니의 숨결이 이어져 세계 어느 민족보다 뛰어난 섬유예술적 재질이 있다"며 "조각보에도 빛나는 색감과 바느질의 정교함, 다채로운 구성 등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주현 씨와 딸 주영·주리·주선 씨, 며느리 정은희 씨, 사위 전현욱·성하묵·이민기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3일 오전 7시. ☎ 02-3010-2000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