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개입 등 5·18가짜뉴스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권력을 잡으려던 전두환 신군부의 정치 공작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나의갑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21일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5·18관련 가짜뉴스는 신군부의 정치 공작이 그 뿌리로 보면된다"며 "신군부의 망령이 39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있다"고 말했다. 5·18가짜뉴스의 핵심은 북한군 개입이다.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확대 이전부터 북한의 남침설을 끊임없이 유포했다. 신군부는 남한의 혼란한 틈을 이용해 북한이 남침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북한의 남침설을 이용해 신군부의 집권 정당성을 확보한 셈이다.
자신의 집권 정당성에 북한을 이용하려던 신군부에게 5·18민주화운동은 좋은 먹잇감이었다. 계엄령 해제를 촉구하는 시위가 광주에서 일어나자 광주를 외부에 철저히 차단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SNS매체가 없어 언론을 통제하면 차단이 가능했던 시기였다. 신군부는 광주를 고립시키면서 공수부대를 투입해 시위대 해산을 이유로 실탄을 사용했다. 외부에서 보면 광주는 완전히 불순분자의 폭동으로 그려졌다.
전두환 신군부는 당시 미국 정부에도 거짓 정보를 흘렸다. 광주에서 시위대가 인민재판을 시행하고, 무장 투쟁 장기화를 위해 폭도 2천여명이 산악지대로 도주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간첩이 광주에 침투해 공작활동을 하고 있다는 등 북한의 남침 징후가 있다고 퍼뜨렸다.
하지만 전두환 신군부의 남침 임박설 등은 당시부터 신빙성이 없었던 '가짜뉴스'였다. 지금까지 정부 차원의 6차례 5·18에 대한 조사가 있었지만 북한군 개입설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1980년 5월 10일 육군정보참모부가 작성한 북한군사동향 역시 북한군은 정상적인 수준으로 특이 징후는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 언론인 팀 셔록(67)이 입수한 미국 정부 문건을 보면 미국은 당시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으며 전두환 신군부가 거짓 정보를 뿌린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오히려 미국 정부가 가장 염려한 것은 남한의 정치발전 와해나 북한의 남침 가능성이 아니라 '군부의 분열'이었다는 사실이 최근 공개된 미국 기밀문서에서 확인됐다.
지만원씨를 필두로 한 '가짜뉴스'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신군부의 북한군 개입설을 그대로 가져왔다.
오히려 5·18시민군의 사진을 '광수'라고 칭하며 북한군으로 둔갑시키는 등 당시의 가짜뉴스를 확대·왜곡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
특히 북한군 600명이 광주에 투입됐다는 가짜뉴스는 5·18 당시 광주 시민들에게 떠돌던 '연세대·고려대 학생 600명이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광주로 온다'는 소문을 각색한 것으로 나 관장은 분석했다.
나 관장은 "이 소문 역시 신군부의 공작 세력이던 이른바 '편의대(사복을 입고 적지에서 몰래 활동하던 부대)'가 퍼트린 유언비어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나 관장은 "5·18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층이 가짜뉴스에 속아 넘어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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