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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우유? 소 젖도 아닌데…" 우유 '네이밍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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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수현 인턴기자] [낙농업계 "살아있는 소에서 나온 것만 우유로 한정해야"…우유 둘러싼 '네이밍 전쟁']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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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우유도 '우유(牛乳)'라고 할 수 있을까. 우유 대체품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그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일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신제품에 맞서 시장을 지켜야 하는 지역 영세 낙농업자들이다. 그들의 주장은 소의 젖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음료를 어떻게 '우유'라 부를 수 있냐는 것.

20일(현지시간) NBC뉴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 낙농업자협회는 미 식품의약국(FDA)에 우유의 정의를 '건강한 소에서 나오는 젖'으로 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이크 에비 낙농업자협회장은 "새롭게 등장한 '가짜 우유'들이 진짜 소에서 짠 우유처럼 불리고 있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낙농업계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우유 대체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몬드 우유, 귀리 우유 등 많은 식물성 대안 우유가 시중에 나오면서 우유 판매량은 급감했다. 시장조사기관 민텔에 따르면 미국 낙농업계는 각종 대안 우유가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매출이 줄어들었고, 이 같은 추세는 2020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미국 내 축산 농가는 1970년 65만 가구에서 2017년 말 4만219 가구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유전자 합성 우유도 등장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퍼펙트데이'는 소를 전혀 거치지 않고 3D 프린터를 통해 우유를 만들어낸다. 젖소의 유전자 서열을 3D 프린터로 그대로 만들어낸 다음, 이를 효모에 삽입해 '인공 우유'를 만드는 것이다. 이 우유는 소에서 짠 우유와 동일한 성분인 카제인과 유청 등으로 이뤄져 있다.

퍼펙트데이는 이렇게 만들어진 우유가 몸에도 더 좋다고 설명한다. 소화시키기 힘든 유당과 글루텐, 콜레스테롤뿐 아니라 항생제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를 키우는 데서 따라오는 환경오염 등 각종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퍼펙트데이는 큰 주목을 받으면서 약 6000만 달러(약 674억원)를 투자받았고 창업자인 리안 판디야는 지난해 11월 포브스에서 선정한 주목할 만한 30세 미만 혁신가로도 뽑혔다. 퍼펙트데이는 세계 최대 식품 업체인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와 제휴를 맺고 우유를 이용한 다양한 식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아직은 '실험실 우유' 시장이 작지만,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내리면 기존 우유 시장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을 낙농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미 낙농업자협회는 "우유가 들어있지 않은 아몬드 우유는 '아몬드 음료'나 '아몬드 드링크'로 불려야 한다"며 "실험실에서 만든 우유 또한 우유로 불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미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아몬드 우유가 인기를 얻자, 식물성 대안 우유에 '우유'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낙농업계는 앞서 식물성 우유에서 벌어진 '네이밍 전쟁'을 교훈 삼아 '실험실 우유'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마이크 에비 낙농업협회장은 "퍼펙트데이는 낙농업계에 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면서 "지역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영세 낙농업자들을 죽이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수현 인턴기자 vigi1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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