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결혼한 베트남 출신 아내, 넋을 잃을 듯 영정 바라봐
당진제철소서 작업 중 숨진 이모(50) 씨 빈소 |
(당진=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백년가약을 맺은 지 1년밖에 안 된 아내를 두고 어떻게 먼저 간단 말이냐."
21일 오전 충남 당진시 반촌로 당진종합병원 장례식장.
전날 저녁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수리 중 사고로 숨진 외주업체 일용직 근로자 이모(50) 씨 빈소가 차려진 이곳에는 울음소리와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사망사고 소식을 듣고 경북 영천에서 달려온 가족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오열했다.
이씨 노모는 아들의 영정을 연신 쓰다듬으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큰 소리로 울었다.
이씨 아내는 일하러 나간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넋을 잃은 듯 물끄러미 영정을 바라봤다.
이씨는 1년 전 베트남 출신 여성과 결혼, 신혼의 단꿈을 꾸던 중이었다.
빈소에는 당진시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과 김홍장 당진시장 등이 조문하고 돌아갔다.
김 시장은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모르겠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전날 오후 숨진 이씨와 함께 일을 했다는 외주업체 '광양' 현장소장은 "부족한 너트를 갖고 오겠다고 자리를 떴던 고향 후배가 컨베이어벨트 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울먹였다.
그는 그러면서 "작업 구간에서 안전은 정확히 지켰다"고 강조했다.
광양은 지난해 8월 현대제철과 1년간 컨베이어벨트 관리 계약을 맺은 외주업체다.
이날 빈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관계자들이 나와 유족들과 장례절차 등을 논의하려 했지만, 이씨가 노조원이 아닌 데다 광양 측도 이를 수용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광양 현장소장은 "회사와 협의해 내일(22일)쯤 시신을 고향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취재진의 빈소 촬영을 막는가 하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피하는 등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 브리핑하는 민주노총 간부(가운데) |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안재범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진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당진제철소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노동부는 당진제철소에 대해 전면적으로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씨는 전날 오후 5시 30분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동료 3명과 함께 컨베이어벨트 표면 고무 교체작업을 하다 옆에 있는 컨베이어벨트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가동을 중단한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 중 부품이 바닥나자, 공구창고로 새로운 부품을 가지러 갔다가 옆 라인에서 돌아가던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변을 당했다.
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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