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직종 ‘가동연한’은 각양각색
투수 40살, 유흥업소 종사자 50살, 소설가 65살, 변호사 7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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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21일 오후 ‘법적으로’ 육체노동이 가능한 가장 많은 나이의 기준(가동 연한)을 기존 60살에서 65살로 상향했다. 가동 연한이 65살로 높아지면 자동차사고 등에 따른 사망·부상으로 인한 보험금도 늘어나게 된다. 특히 60살 이상 일용노동자가 작업 중 숨지거나 다칠 경우, 그동안 한 푼도 받지 못하던 배상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수십년에 걸쳐 다양한 직종의 가동 연한을 판단해 왔다. 육체노동(도시일용노동)의 법적 가동 연한이 늘어나면서 다른 직종의 가동 연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1979년 “속칭 ‘가오마담’의 가동연한”을 두고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기도 했다. 당시 대법원은 “‘가오마담’은 주로 업주를 대리하여 물품구입, 종업원의 채용과 감독 등 전반적인 경영업무를 담당하여 댄서나 접대부와 다르다. 업계 종사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보통 55살까지 종사할 수 있다고 한다”며 이를 고려해 가동연한을 50살까지로 판단했다. 1991년에는 교통사고로 숨진 다방종업원의 가동 연한을 35살로 판단하기도 했다. 35살까지는 다방종업원으로 벌던 소득을 적용하고, 이후에는 도시일용노동자의 소득을 적용하라는 취지다.
‘몸값’이 중요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가동 연한도 일찌감치 판단했다. 대법원은 1991년 프로야구 투수의 가동 연한을 40살로 봤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로 입단한 뒤 방위병으로 복무하던 중 사고를 당해 재계약을 하지 못한 경우였다. 당시 대법원은 “프로야구는 고교·대학 등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만이 입단이 가능하다. 입단 후에도 냉혹한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만이 프로세계에 존재할 수 있다. 특히 투수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결함이 있는 경우 활약이 불가능하다”며 “40살”이 될 때까지 일용노동자 소득 기준보다는 높은 기준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정 장르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가동 연한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1991년에는 ‘민요풍 가수’의 가동 연한을 60살로 봤다.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였다. “야간업소 공연 상황, 가수의 연령 분포 등 여러사정을 종합하면 60살까지 가수로서 종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1993년에는 소설가의 가동 연한을 65살로 봤다. 대법원은 교통사고로 숨진 소설가에 대해 “저작 활동을 하면서 잡지사 및 출판사 등에 편집장 등으로 일했다. 소설가로서 저작 동은 65살이 될 때까지 가능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했다.
같은 법조 직역인 변호사의 가동연한은 오래 전부터 ‘후하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1993년 변호사의 가동 연한을 70살까지로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사실조회를 한 결과, 1989년 개업변호사 1158명 중 65살 이상이 260명(22.45%)이었다. 또 전체 경유사건 7만4213건 중 8741건(11.8%)을 65살 이상 변호사가 맡았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변호사의 가동 연한이 적어도 65살 이상인 점은 능히 인정된다. 국세청도 70살 이상 변호사에게 사법연수원 수료 후 2년 이내 변호사와 동일한 단가를 적용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변호사 가동 연한을 70살로 본 것은 적법하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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