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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시민단체, '낙태죄 폐지' 연대…"태아 생명권 우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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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교수 "태아 보호 의무보다 여성 보호 의무 커"

이한본 변호사 "법리상 태아 생명·기본권 인정 안돼"

종교계 "여성 몸 주인은 교회·국가도 아닌 바로 자신"

35년만 낙태죄 폐지 아일랜드…"건강 선택권에 공감"

뉴시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그레이스 윌렌츠(Grace Wilentz)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조사담당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시민사회포럼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에 참석해 낙태죄 폐지를 향한 국제적 운동의 흐름에 관하여 발표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 최명선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의 서울대표, 한상희 참여연대 사범감시센터 실행위원, 정강자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이한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자캐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총무 신부, 그레이스 윌렌츠(Grace Wilentz)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조사담당관. 2019.02.21. 20hw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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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이준호 수습기자 = 이르면 4월 헌법재판소(헌재)가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낙태죄 폐지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연합 등 전국 343개 단체로 구성된 상설 연대기구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낙태죄를 주제로 한 첫 범시민 사회 포럼이라고 연대회의는 전했다.

이날 첫 발표자로 나선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든 인간 생명이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고 할 때 그 가치가 서로 충돌하는 등의 경우에 국가는 어떠한 생명 또는 법익이 보호돼야 할 것인지 그 규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헌재의 1996년 판결을 인용하며 "임신중절에 대한 헌법적 판단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가 됨은 너무도 당연하다"면서도 "그 생명권이라는 기본권은 '완성된 인간'에 대한 보호의 정도와는 다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다르게 취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의 정도는 여성이라는 '완성된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의 정도와는 달리 판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한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헌법 기본권상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낙태죄 폐지에 관해 어떤 입장을 취하든 태아의 생명도 소중하며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가 없고 국가의 의무로서의 태아의 생명 보호 의무를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법리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현행법상 태아는 당연히 '사람'이 아니며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는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없어 생명권의 주체라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2012년 헌재의 결정은 태아가 생명권의 주체임을 전제로 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기본권을 대립 구도에 놓고 형량한 것으로 명백한 오류며 헌법재판의 기본적인 심판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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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그레이스 윌렌츠(Grace Wilentz)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조사담당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시민사회포럼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에 참석해 낙태죄 폐지를 향한 국제적 운동의 흐름에 관하여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2.21. 20hw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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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에는 종계, 교육계 등 각계각층 인사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자캐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신부는 "일부 종교계는 낙태죄 폐지 주장을 '생명경시'라고 몰아붙였지만 여성의 몸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여성의 것"이라며 "교회도 국가도 아닌 그 여성이 그 몸의 주인이므로 그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낙태 경험자라는 최명선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대표는 "사회적으로 죄(벌)를 주지 않더라도 생명을 잉태한 채로 그 상황을 맞이하면 법이 고민하지 않아도 스스로 죄(벌)를 주게 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저는 일 때문에 둘째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아이를 택했지만 사회적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다양한 여성들이 있다"며 "국가가 낙태죄를 고수하고 싶다면 그들에 대한 낙태 유발죄도 제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포럼에서는 지난해 35년 만에 낙태를 금지한 헌법 조항을 국민투표로 폐지한 아일랜드의 사례도 소개됐다.

아일랜드는 국민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로 1861년 낙태 금지법이 제정됐다. 지난해 조항 폐지 결정은 6번째 국민투표 끝에 찬성 66.4%로 이뤄졌다.

그레이스 윌렌츠(Grace Wilentz)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조사담당관은 "대대적인 대중적인 캠페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직접 나서서 낙태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전국적인 토론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성들이 나섰기 때문에 여론의 지형이 크게 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태 문제가 현대 기준 즉, 국제 인권 기준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특히 여성이 자신의 몸과 건강 그리고 삶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며 "인권 중심의 주장은 많은 효과가 있었는데 (폐지를) 찬성하는 국민 중에서 그 이유를 여성의 선택권이라고 한 사람과 건강권 때문이라고 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포럼 자료를 헌재에 의견서 형태로 제출할 예정이다.

newkid@newsis.com

juno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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