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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탁류청론]벤처기업 '데스벨리' 통과 위한 생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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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근 정부와 여당은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차등의결권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온통 기업과 대주주에 대한 규제만 쏟아지던 상황에서 나온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에 대한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도입 반대입장의 주요 주장에 대해 살펴본다.


첫 번째 반대 논리는 현재도 상법상 종류주식 제도가 있는데 기업이 그것조차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종류주식은 무의결권 우선주를 지칭한다. 즉, 대주주는 의결권 주식만 가지고, 다른 주주들은 무의결권 주식을 보유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주주가 아닌 일반주주의 선택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우선주에 대해 특출난 배당을 실시하는 등 아주 매력적인 조건이 아니면 활성화될 수 없는 수단이다.


반면 차등의결권 주식은 상장 결정권을 지닌 대주주에게 매력적이다. 상장은 자본을 조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공격을 해 올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된다. 이때 강력한 방패가 바로 차등의결권 주식이다.



이 점은 이미 2014년 알리바바의 나스닥 상장을 통해 확인됐으며 버크셔해서웨이, 구글, 페이스북 등 이름만 대면 아는 많은 기업들이 동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자본 조달이 필요한 벤처기업에게는 데스밸리를 통과할 수 있는 통행증 역할을 하기도 한다. 통계적으로 벤처기업의 9할 이상이 죽음의 계곡에서 살아나지 못한다고 한다. 차등의결권 주식은 벤처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커나가는 성장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수단이다.


두 번째 반대 주장은 경영권 보장이 기업 성장과 고용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의견은 다르다. 차등의결권 주식은 확실한 경영권 방어 장치다. 차등 배수가 높을수록 효과는 강력해진다. 그 만큼 대주주는 경영에 집중할 수 있다. 경영에 집중할 경우 기업 성장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성장은 고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경영권이 공격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기업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회사 발전에 소요되어야 할 비용이 경영권 방어 비용으로 사용되게 된다, 이는 2011년 법무부에서 신주인수선택권을 도입을 추진할 때, 그 배경으로 제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세 번째 반대 주장은 차등의결권 도입이 자본시장 활성화보다는 대주주 경영권 강화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 주장한다. 이 논리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이지 모르겠다. 우리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가진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경영권 방어수단이 자국 자본시장의 디스카운트 요인이라는 지적이 없다. 한 동안 한반도의 지정학적 우려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라고 해왔는 데, 요새는 기업지배구조 때문이라고 하고 분식회계 때문이라고도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기업 옥죄기의 만능수단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


네 번째는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상장할 때 일반적으로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도입하는 경우가 예외적이라는 주장이다. 과거는 그러했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하여 상장하는 것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지난 2년간 스냅(Snap), 로쿠(Roku), 드롭박스(Dropbox)를 비롯한 13개의 회사가 그 예다. 또한 미국에는 경영권 방어에 있어 차등의결권 외에도 활용가능한 많은 제도들이 있으며 대주주의 경영권을 옥죄는 제도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일례로 미국에는 포이즌필이라는 강력한 경영권 방어제도가 있으며 대주주 3% 의결권 제한과 같은 규제는 없다.


마지막은 동 제도가 결국 상법 개정을 통해 확대 적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과거 삼성의 BW, CB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이며 이 점이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결정적 이유일 것이다. 일단 차등의결권이 들어오면 앞으로 대기업들도 이용할 길을 터주는 것이기에 원천 차단되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벤처기업인에게 차등의결권은 경영권을 지키면서 데스밸리를 통과하고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다. 벤처기업인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논쟁이 빨리 마무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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