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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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임기를 2년여 남겨둔 시점에 돌연 용퇴를 결심했다. 연이은 실적 부진이 주된 원인인데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압박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전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3월말 있을 주주총회에서 현대상선 사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며 작별을 고했다. 이어 “지난 2년반 동안 현대상선 재건에 힘쓴 직원에게 감사한다”는 그는 “새로운 도약은 새 CEO의 지휘 아래 이뤄지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이에 따라 유창근 사장은 다음달 주주총회를 끝으로 회사를 떠날 전망이다. 이미 채권단은 후임 CEO 인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음달초 임시 이사회에서 새로운 사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부터 현대상선에 외부인사가 투입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점에서 미뤄 한진해운이나 범한판토스 출신이 영입될 것이란 관측도 존재한다.
그간 업계에서는 유창근 사장의 중도하차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그의 재임 기간 중 회사 실적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회사 안팎에서 책임론이 꾸준히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상선은 지난해 576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5년 2분기 이후 15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당기순손실도 8083억원으로 전년보다 32.1% 늘었다. 모두 글로벌 업황 악화 탓이라고는 하나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 받고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 유 사장 스스로도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결정적인 계기는 현대상선의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원하는 채권단의 의중이었을 것이라는 게 외부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CEO 교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며 유창근 사장의 ‘낙마설’에 불을 지폈다. 안일한 임직원을 즉각 퇴출하겠다는 지난해의 언급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뼈저리게 느낀 것은 대상 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점”이라며 “현대상선의 경우 ‘혁신 마인드’가 상당히 결여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채권단의 공세도 이어졌다. 지난해말 정리한 현대상선의 경영 실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자금 상태가 크게 악화됐다고 경고하며 재차 경영진을 압박했다.
물론 이 때까지만 해도 유창근 사장의 퇴임을 점치는 시선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현대상선의 부진은 외부 요인 때문이란 인식이 짙었고 친환경 컨테이너선 20척 도입 등 경영전략 실행을 위해선 유 사장이 남아있는 게 나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유 사장은 계속되는 적자와 부정적 전망에 입지가 좁아지자 결국 채권단 측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경영진을 내보내겠다는 뜻이 아니라던 이동걸 회장의 말 역시 결과적으로는 유 사장을 겨냥한 셈이 됐다.
업계에서는 ‘선장 교체’란 초강수를 둔 채권단이 현대상선에 어떤 처방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2022년까지 현대상선의 자금 부족이 최대 6조372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추가적인 자금 지원과 재무구조 개선이 급선무다. 아울러 이동걸 회장이 경영혁신을 주문한 만큼 외부 인사 영입으로 분위기 쇄신을 유도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앞서 이동걸 회장은 “자본을 투입한다고 현대상선의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는다”면서 “회사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선별 실적에 대한 정기적인 보고 체계를 만드는 등 영업력 강화를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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