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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단독] 중기부 수출유망업체, 112억 사기 어떻게 가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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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대행업, 수출유망업체 앞세워 회원사 모집

중기부, 서류조작·대표 전과 못 걸러내…범죄에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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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의 수출유망중소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회원사를 모집, 112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로 무역대행업체 대표 A씨(40)가 재판에 넘겨졌다.

4년간 회원사 1개사 당 평균 2억원을 받아 챙기는 동안 회원사들은 A씨를 의심하지 않았다. 수출유망중소기업이라는 배경이 있어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A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유사사건으로 1심에서 3년6개월 징역형을 선고 받고 이미 구속된 상태다.

A씨는 인천 송도에서 무역대행업체를 운영하면서 신문광고, 인터넷 등을 통해 회원사가 되면 연간 2억원의 매출과 20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광고했다.

회원사가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자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회사에 맡기면 회원사의 계정으로 물건을 대신 판매해 주고, 쇼핑몰 판매자 계정을 탑 레이티드(Top-rated) 셀러로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홍보했다.

A씨는 이 광고를 통해 2013년 10월부터 2014년 6월까지 56개 회원사를 모집했고 서비스 이용료 명목으로 1개 회원사 당 2200여만원, 총 13억4000여만원을 받았다.

사업은 A씨 뜻대로 되지 않았고 수입금을 조금씩 지급하다보니 이 돈은 금방 바닥이 나 위기에 몰렸다.

A씨는 이 같은 행각이 탄로 나기 직전, 더 많은 회원사를 모집해 수익금을 지급하는 일명 돌려막기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A씨가 운영하는 회사가 중기부가 지정하는 수출유망중소기업에 또 다시 선정(2014년 12월)되는 행운(?)도 따랐다.

선정 과정에서 A씨는 통관실적을 부풀리고 허위서류를 제출했지만 중기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중기부가 세부 거래 내역 확인없이 관세청과 은행에서 발부하는 서류를 근거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A씨의 기업은 수출 실적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2012년에 이어 2014년에도 수출유망중소기업에 선정됐다.

A씨는 당시 미국에 회사를 차린 뒤, 국내에서 구입한 물품을 한국에서 수출하고, 같은 물품을 미국에서 수입하는 수법으로 실적을 부풀렸다.

A씨는 사기 전과만 여러건이었지만, 임직원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기업은 수출유망중소기업에서 배제한다는 요건도 무사통과했다.

A씨는 이후 ‘중기부 수출유망중소기업’을 홍보 전면에 내세워 기존 회원사들을 관리하는 한편, 추가로 11개 회원사를 더 모집했다.

A씨는 서비스 이용료도 기존 2200만원에서 3300만원으로 올려 2017년 7월까지 총 111억8780여만원을 받았다.

회원사들은 865차례에 걸쳐 1개 회원사 당 적게는 6000만원, 많게는 4억5000만원을 냈다.

A씨는 이 돈으로 회원사에게 약속한 금액은 아니지만 일정의 수익금을 지불하며 돌려막기를 했다. 결국 돈이 바닥나 수익금을 못 받은 회원사가 사법당국에 신고했고 A씨의 행각도 들통 났다.

A씨 자신은 그동안 꼬박꼬박 월급 1000만원을 받았지만 직원들의 임금 일부를 체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국가 기관 지정을 받았다는 등 허황된 광고에 현혹돼 무심코 거액을 투자해 피해를 보는 피해자들이 더러 있다"며 "투자를 위해서는 정확히 알아본 뒤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ron031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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