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1시4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DB산업은행 본점 정문 앞. 빨간색 머리띠를 두른 대우조선해양(042660)노조 간부 80여명이 일제히 활시위를 당기듯 팔을 뒤로 젖혔다. 이들의 손에는 계란이 보였다.
21일 대우조선해양 노조 대의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DB산업은행 본점을 향해 계란을 던지고 있다. /한동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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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져주십시오!" 마이크를 쥔 사회자가 말했다. 노조원들의 손을 떠난 계란은 산업은행 건물 창문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대치중이던 경찰 120여명(2개 중대)은 흘러내리는 계란 파편을 방패로 막을 뿐, 속수무책이었다. 노조원들은 누가 더 계란을 건물 높은 곳에 맞출 수 있는지 게임을 하는 듯 했다.
한 노조원이 계란 3개를 연달아 건물 6~7층에 맞추자, 노조원들은 신이 난 듯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 노조 집행부가 준비한 계란 8판(30개 들이)이 비워질 때까지 계란 던지기는 끝날줄 몰랐다.
산업은행 1층 어린이집 창문과 놀이터에도 깨진 계란 파편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날 어린이집에서는 138명의 원생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 A씨는 "원생들이 놀라지 않게 집회 도중에는 블라인드를 닫고, 음악을 틀어놓았다"며 "안전을 위해 창문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배식을 해 아이들이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신상기 위원장이 매각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한동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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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노조 간부들은 이날 ‘졸속 매각 원천 무효’ ‘동종사 매각반대’ 등 플래카드를 손에 들고 상경집회를 열었다. 전날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한 집회에 이은 것으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저지하겠다는 명분이다. 노조는 동종업체인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면 앞으로 중복 업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인수에 반대하고 있다.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장은 이날 단상에 올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밀실 야합으로 대우조선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매각을 발표했다"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모든걸 감내해 온 노동자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했다. 신 지회장은 이어 "문재인 정부가 재벌특혜를 주려고 한다"며 "매각을 계속 진행한다면 결사각오로 막겠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1시간쯤 후, 산업은행 주변 도로를 행진하고 흩어졌다.
KDB산업은행 본점 건물 외벽에 계란 파편이 흘러내리고 있다./한동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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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노조는 오는 27일 전체 노조원이 참석하는 상경집회에서 ‘투쟁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상기 지회장은 "현대중공업 노조도 전날(20일) 파업을 가결해 우리 투쟁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27일 반대 투쟁을 전체 노동자들로 확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3월 초로 알려진 본계약 저지에 앞서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희 기자(dw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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