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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내가 당한 것도 ‘직장 내 괴롭힘’일까? 인정 사례·매뉴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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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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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사 선배 ㄱ씨는 후배 ㄴ씨에게 “술자리를 만들어라” “아직도 날짜를 못 잡았느냐”라며 반복적으로 술자리를 하자는 발언을 했다. ㄱ씨는 또한 “성과급의 30%는 선배를 접대하는 것이다” “사유서를 써와라”고 압박을 가했다. ㄱ씨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도 암시했다. 후배 ㄴ씨는 이 같은 강요 때문에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

#2. 육아휴직 후 복직한 ㄷ씨는 전에 담당하던 창구 수신업무가 아닌 창구 안내 및 총무 보조업무를 맡게 됐다. 회사의 ㄹ전무는 ㄷ씨를 제외한 회의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ㄷ씨를 따돌릴 것을 지시했다. ㄹ전무는 또한 ㄷ씨의 책상을 치우고 창구에 앉지 못하게 했고, “ㄷ씨를 직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로 인해 ㄷ씨는 우울증을 앓다 결국 퇴사했다.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한 사례들이다. 21일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발표해 무엇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개념을 밝혔다. 오는 7월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는 것에 앞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 마련과 예방에 참고자료를 제시한다는 취지다.

매뉴얼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매뉴얼은 이밖에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얼마나 지속적이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 종합적으로 판단토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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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직장 내 괴롭힘의 예시. 이 예시에 포함되지 않아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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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발생해 피해자에게 영향을 미쳤을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예를 들어 지속적·반복적인 폭언·욕설을 수반한 업무지시, 집단 따돌림·업무수행과정에서의 의도적 무시 및 배제 등은 일반적·평균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다.

개정법에서 취업규칙의 ‘필수적 기재사항’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에, 상시 1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에 사내에서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관련 사항, 직장 내 괴롭힘 사건처리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재발방지조치 등을 규정해야 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뉴얼이 현장에서 유용한 참고자료가 되길 기대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뿌리 뽑기 위한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매뉴얼에 대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대부분 상사가 가해자인 직장갑질을 신고하게끔 하려면 취업규칙 필수적 기재사항에 익명신고를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직장갑질119는 “매뉴얼에 회식·노래방 강요, 체육대회나 장기자랑 강요, 병원의 태움, 불필요한 야근 강요 등도 빠져 있기 때문에 향후 시비가 벌어질 소지가 있다. 현장을 반영해 매뉴얼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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